
동화인류학 연구실에서는 이렇게 지금 여기의 삶을 완전히 긍정하는 주인공들의 세계를 탐험합니다. 동화 속 주인공들은 정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자신을 만들어갑니다. 주인공의 삶이 어디로 이끌릴지는 아무도 모르고 정해진 것도 없습니다. 어떤 것으로도 규정 지을 수 없는 존재들이 온갖 살 궁리로 복작거리는 숲에서 깔깔 웃고 떠들며 놀다 옵니다. 그리고 돌아온 그 자리에서 지금 여기의 삶에 감사하며 한 걸음 더 낯선 길을 나서봅니다. 필요한 것은 모든 우연을 수용하고 마음껏 상상하는 것 뿐!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공동체의 기술
공동체의 기술
트로브리안드의 삶을 보면서 우리는 공공성과 사적인 영역의 차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주술은 공적이고, 공동의 경작을 위해서만 사용이 된다. 현대인들이 자신들의 부와 명예를 위해 비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성장 주술은 서로 경쟁을 하면서 공동체에 긴장감을 준다. 이 긴장감을 사회와 관계를 유지하는 핵심이다.
성장 주술
트로브리안드인들은 성장주술을 통해 작물들의 성장을 직접 자극하고, 낙관적인 수확을 예측한다. 수정샘은 이 장의 부재를 ‘누가 누가 더 잘 자라나’라고 붙였다. 작물들은 주술을 듣고 공감하고 경쟁하면서 땅을 해치고 나온다. 이들의 경쟁과 현대시대 경쟁의 차이는 무엇일까? 트로브리안드인들은 공동 경작지를 가지고 경쟁한다. 공공의 심미성을 추구하면서 경쟁한다. 함께 아름다운 경작지를 만들고, 농작물을 크게 쌓아놓는다. 또한 땅에서 작물을 두고 경쟁한다. 현대사회의 경쟁은 모두 사적인 부와 명예를 두고 경쟁한다. 지나친 경쟁으로 능력주의 사회가 돼가고 있다. 이반 일리치는 ‘완전한 능력주의’는 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완전한 능력주의 사회는 지옥 같은 곳이 아니라, 아예 지옥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반 일리치, 『깨달음의 혁명』, 268쪽)라고 말한다.
인문학 공부를 하면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본다. 하지만 인류학적 시선에서 경쟁 또한 인간의 본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트로브리안드인은 경작지를 서로 비교하고 비판하기도 한다. 훌륭한 경작지에 대한 질투와 시기, 미움의 감정도 흐른다. 공동체 사이에서 경쟁할 때는 모욕을 당한 쪽에서 먼저 도전을 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똑같은 양으로 서로에 대한 선물 답례가 이뤄져야 한다. 달님은 이것이 바로 관계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선물을 줄 때는 ‘내가 너보다 낫다’라는 것이 깔려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조금’ 나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조금이 공동체와 사회를 유지시키는 긴장감이라고 말했다.
고구마라는 보험
트로브리안드에는 말라이(풍요)와 몰루(굶지림)의 시기가 있다. 말리노프스키는 나쁜 몰루에 대해 설명했다. 정말로 나쁜 몰루는 기근으로 농경 공동체들에 큰 타격을 주는데 서쪽 지역의 물고기를 서로 훔치고 심지어 식인풍습까지 실천된다.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까지 일어난다. 유리샘은 이 몰루를 파국이라고 묘사했다. 자기 자신과 공동체 그리고 섬을 파괴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지난 25년 간은 정말로 나쁜 몰루는 없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백인들이 고구마 재배법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고구마 덕분에 최악의 비극적인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트로브리안인들은 평소에는 고구마를 먹기를 싫어하지만, 혹시 모르는 몰루를 위해 더 단단하고 열매가 더 많이 생기는 고구마 경작법을 배웠다.
고구마를 통해 나쁜 몰루는 지켜주며, 파국은 막아준다. 하지만, 고구마에는 경작법만 있고, 주술이 담겨 있지 않다. 그래서 주술의 힘은 약해지고, 땅과의 관계가 약해진다. 고구마라는 보험을 가지면서 주술의 힘은 점점 약해지며 풍요의 역설을 읽을 수 있다. 달님은 모든 선의는 악의를 담고 있으며, 선의와 악의는 한 세트라고 말했다. 가능성과 한계는 동시에 존재하는데 현대 사회는 무한한 가능성을 믿으라고 강요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패배감을 계속 느끼게 된다. 인류학을 통해 사회가 가진 양면성을 동시에 바라보며 어디서 균형을 잃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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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_ 고구마랑 말할 수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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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공동체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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