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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인류학 연구실에서는 이렇게 지금 여기의 삶을 완전히 긍정하는 주인공들의 세계를 탐험합니다. 동화 속 주인공들은 정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자신을 만들어갑니다. 주인공의 삶이 어디로 이끌릴지는 아무도 모르고 정해진 것도 없습니다. 어떤 것으로도 규정 지을 수 없는 존재들이 온갖 살 궁리로 복작거리는 숲에서 깔깔 웃고 떠들며 놀다 옵니다. 그리고 돌아온 그 자리에서 지금 여기의 삶에 감사하며 한 걸음 더 낯선 길을 나서봅니다. 필요한 것은 모든 우연을 수용하고 마음껏 상상하는 것 뿐!

하늘 가까이, 추운 겨울의 푸른 생명

작성자
오켜니
작성일
2024-08-16 23:52
조회
82

                                                      하늘 가까이, 추운 겨울의 푸른 생명

 

영빨약사

 

  자크 브로스의 나무의 신화를 통해 고대인들이 이야기와 신화를 통해 수많은 것들을 연결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독버섯을 두꺼비, 지하 세계의 음울한 힘, , 비와 관련된 마녀들의 동물, 자작나무 등과 연결하고 있다. 작은 식물인 독버섯은 저승과 지구과학과 식물학과 우주 차원까지 확장되어 관계 맺고 있다. 자크 브로스는 인간은 몽상을 통해 알게 된다고 말한다. 현대인들이 신봉하는 과학 또한 몽상에서 출발한다. 고고학이라는 것도 끊임없이 옛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고대인들은 몽상과 상상을 통해 우주에 대한 직관적 이해와 인간이 점유하고 있는 장소에 대한 이해와 인간이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한 지식을 만들어 갔다고 한다.

  작은 식물에 불과한 겨우살이가 북유럽의 신인 오딘의 아들을 죽이고 우주의 재난을 불러왔다는 신화는 너무 흥미롭다. 고대인들은 겨우살이의 어떤 점에 주목했기에 이런 이야기까지 만들 수 있었을까? 겨우살이를 통해 고대인들의 마음에 다가가 보기로 했다.


겨우살이의 생태적 특이성

 

  겨우살이는 황금 가지라고 불리는 나무 기생식물이다. 참나무 또는 물오리나무, 팽나무의 꼭대기에서 늦가을에 싹을 틔어 숙주 나무의 수액을 양분으로 삼아 추운 겨울에 꽃과 열매를 맺는다. 약초꾼들의 겨우살이 채취 모습을 담은 영상을 유투브에서 찾아서 보았다. 그들은 발이 눈에 푹푹 빠지는 높은 겨울 산을 오르며 겨우살이를 찾아 길 없는 길을 헤매인다. 겨우살이는 해발 700m 이상에서 자라는데 헐벗은 가지들 사이로 난 푸른 잎은 경탄을 자아낸다. 모든 생명이 잠든 설산에 겨우살이의 가지만이 푸른 생명력을 터트리고 있다.

  자크 브로스는 나무의 신화에서 고대인들이 겨우살이의 어떠한 형태적, 생태적 특이성에 주목했는지 알려준다. 고대인들은 겨우살이가 무엇보다 하늘에 가까워 천둥처럼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믿었다. 겨우살이는 겨울에만 볼 수 있어서 무한한 신의 생명력을 상징한다. 그래서 참나무가 신을 상징하는 나무라면 겨우살이는 신의 심장이다. 또한 인간과 신의 경계에 있는 샤먼처럼 겨우살이는 땅과 하늘의 경계에 위치한다. 샤먼이 인간과 신 사이의 조정 역할을 하듯이 겨우살이는 하늘과의 경계에서 땅에서 일어나는 불균형과 치우침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드루이드들(갈리아인들이 자신들의 마법사에게 붙인 이름)은 겨우살이와 그것이 기생하는 나무인 참나무를 더없이 신성한 것으로 여겼다. 참나무는 이들에게 성목이며 참나무의 잎이 없이는 그 어떤 종교적인 의식도 행하지 않았다. 드루이드 교도들은 겨우살이를 신이 선택한 나무의 징표로 여겨서 겨우살이가 기생하고 있는 나무를 신성시했다.

  찾기 쉽지 않은 겨우살이를 발견하면 그들은 호화찬란한 종교의식에 따라 그것을 따 모은다. 이런 종교의식은 겨울의 높은 설산에서 행해졌을 것이다. 이들은 한 번도 뿔이 묶인 적이 없는 두 마리의 흰 소를 끌고 온다. 제물로 바치기 위해서 어린 소가 필요하다. 흰 법의를 입은 사제가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황금 낫으로 겨우살이를 베어내면 밑에서 흰 보자기로 신성하게, 땅에 떨어지지 않게, 그것을 받는다. 그리고 겨우살이 선물을 내려주신 신에게 이 약초가 효능이 있게 해달라고 기원하면서 소를 죽여 제물로 바친다.

  고대로부터 많은 부족들은 겨우살이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겼다. 병의 징후가 심각한 자에게 사용했고 만성 질환의 치료, 독의 해독, 사춘기 아이들의 정신 질환, 간질, 저혈압에 사용했다. 신의 생명력을 겨우살이가 가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성의 임신과 가축의 수태에 쓰였다. 요즘은 항암, 고혈압, 신경통, 관절염 치료에 쓰이며 독성이 없어 차로 우려 마신다.


초대받지 못한 겨우살이와 장님 호드르

 

  북유럽 발데르(오딘의 아들) 신화에서 겨우살이는 발데르를 죽이고 라그나뢰크(우주의 재난)를 불러오는 역할을 한다. 어떤 위험을 감지한 발데르의 엄마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만물에게 발데르를 해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아 낸다. 하지만 그녀는 나뭇가지 사이에 숨어 있어서 보이지 않던 겨우살이에게는 서약을 받지 못했다. 신들은 재미 삼아 발데르를 높은 장소에 세워 놓고 그에게 화살을 쏘거나 돌과 창을 던지면서 놀았는데 발데르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위험한 놀이에서 발데르만이 상처를 입지 않는 것에 화가 난 로키(라우페의 아들)는 겨우살이를 꺾어 발데르의 친형인 장님 호드르에게 던지라고 전해준다. 호드르 또한 눈이 멀어서 위험한 놀이에 초대받지 못한 자였다.

  호드르가 겨우살이를 받아들고 로키가 말해주는 방향으로 그것을 던지자 발데르는 이 나뭇가지에 몸이 꿰뚫려 땅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 겨우살이를 참나무에서 꺾었다는 자체가 신의 생명을 뺏은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하고, 신의 나무에서 나온 겨우살이만이 신의 생명을 뺏을 수 있다라고 해석되기도 하는 이야기이다. 판을 바꾸는 것은 일반적인 법칙으로 설명되지 않는 숨겨진 것들이다. 겨우살이도, 장님 호드르도 무시당해서는 안되는 존재들이었다. 모든 생명이 잠자거나 얼어 죽을 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겨우살이만이 신의 생명력을 뺏을 수 있다고 고대인들은 상상했다.

 

주심에 대한 감사

 

  마지막 영상에 피디가 약초꾼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힘들게 약초를 발견하시면 어떤 기분이세요?” 나는 그가 뛸 듯이 기쁘죠! 대박이죠!’ 이런 말을 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약초꾼은 바로 산신령님께 감사하죠라고 말한다. 내 손에 자연의 귀한 선물이 놓인 상황은 고대인이나 현대인이나 똑같을 것이다. 현대인이 그것이 손에 있음을 감사한다면, 고대인들은 그것을 주심에 감사하였다. 이런 한끝의 차이가 많은 다름을 생성하였다. 현대인들은 손에 넘치게 가지려 하였고, 고대인들은 주심을 향해 한없는 찬사와 숭배를 보낸다. 그들의 찬사와 숭배, 자연에 대한 관찰은 수많은 이야기와 신화 속에 들어있다. 겨우살이의 생태적 특이성을 관찰하여 필요한 자들에게 나누는 것이 그들의 의학과 과학이었고 윤리였다. 그리고 귀한 겨우살이를 주심에 대한 감사가 그들의 종교이자 철학이었다.

   2Q==

전체 2

  • 2024-08-18 08:22

    크고 화려한 것만 좋고 귀하게 여기던 저에게 작고 보잘것 없는 것도 똑같이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겨우살이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사소한 존재라도 이 세상에 없어도 되는 것은 없군요. 그것이 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 초대되어 있는지 모른다고 함부로 하찮게 여기고 소외시키는 인간의 마음을 돌아보게 합니다. 영빨약사님의 글에서 누군가에 의해 함께 초대된 이 세상에서 모두와 어떻게 잘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고대인의 마음을 배웁니다.


  • 2024-08-18 08:49

    글을 읽으니 가지 끝에서 촘촘하게 엉키고 뻗어있는 겨우살이가 너무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작은 존재가 신을 위협할 수 있다는 존재라니. 세상에 안보이고 작은 것들을 사려 깊게 바라보며 주심의 감사를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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