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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동화, 구연(口演)의 맛

작성자
최수정
작성일
2024-12-04 17:36
조회
55

<안데르센>

 

동화, 구연(口演)의 맛

2024.12.4. 최수정

 

 

안데르센(1805~1875)이 어른이 되어 살던 도시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었고, 한편으로 지만, 안데르센이 어렸을 때 살았던 시골에서는 할머니로부터 옛날이야기들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한편으로 안데르센이 살던 시기는 근대 소설의 태동기이기도 했는데 안데르센이 소설가가 되지 않고 동화작가가 된 이유 중 하나가 할머니로부터 들은 민담의 영향도 크게 작용한 듯하다. 할머니로부터 민담을 듣고 자라나면 자연스럽게 목소리로 전달되는 이야기의 재미와 기술을 터득했다. 그래서 안데르센은 자신이 동화를 쓰면서도 낭독하기를 좋아했다. ‘동화를 종이에 쓸 때부터 자기 입으로 구연하는 듯한 문장으로 쓰고, 그것을 다시 자기 목소리로 낭독하며 생동감 있는 즉흥연기를 선보였다.

동화인류학 안데르센 편을 마치며 우리는 각자 자신이 선택한 한편의 동화를 짧게 구연(口演)해 보기로 했다. 동화 구연이라니. 살면서 다른 사람 앞에서 내가 동화 구연을 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어떻게 말로써 재미있게 이야기를 전달할까 생각하다 동화는 또 구연의 맛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동화와 구연의 관계를 생각하다 안데르센이 왜 그 시대 새로운 문학 장르로 떠오르던 소설 대신 동화를 선택했는지에 머무르게 됐다. 동화는 장르는 안데르센에게 어떤 매력이 있었을까? 글로 쓰는 이야기 대신 즉흥적 몸짓과 감정을 섞어 목소리고 전달하는 이야기의 차이는 무엇일까 생각해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안데르센 에세이 주제를 말하다는 키워드와 함께 써보기로 했다. 일상적인 언어와 친근한 말투로 동화 속 주인공들의 각기 다른 목소리를 구연하는 이야기의 힘이 무엇일까 탐구해보고 싶다. 이야기 하고 싶은 욕망,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의 즐거움이란?

 

안데르센 동화 중 시인이 되고 싶어 하는 주인공들이 많다. 옛날의 시인은 안데르센이 좋아하는 카나리아처럼 노래하는 사람이었다. 자기 목소리로 즉흥적 이야기를 만들어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공연한다. 그러나 그때의 이야기는 자기 것이 아니다. 자기 목소리가 매개자가 될 뿐이다. 시인이 이야기하는 목소리로 현실이 더욱 생생해진다. 그의 목소리로 구연되는 구어체 문장에는 그가 살아온 삶의 이력 전체가 표현된다. 글자의 규정성에서 벗어나 그가 미처 계획하지 못한 말들의 리듬이 사방에서 끼어든다. 그 시간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열면서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치통 아줌마에서 안데르센은 시인인 자신이 위대한 시인이 된 이유는 시의 공격을 받은 것뿐이라고 고백한다. 고통을 불러오는 시는 자신이 쓰는 것이 아니다. 원하지 않는데도 시인을 공격해서 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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