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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니슬라브 말리노프스키

Bronislaw Kasper Malinowski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1』 서론: 트로브리안드인들의 부족 경제와 사회 조직

작성자
최수정
작성일
2025-02-11 17:18
조회
46

브로니슬로 말리노프스키,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1

 

서론: 트로브리안드인들의 부족 경제와 사회 조직

 

2025.2.11. 최수정

 

트로브리안드 군도는 산호섬이며, 좀 더 정확히는 루산아이(Lusançay)환토의 일부이다. 토착민들이 보요와 또는 그 섬의 주요 지방의 이름을 따서 키리위나라고 부르는 큰 섬에서는 경치와 땅과 농경의 유형이 몇 가지로 나누어진다. 북쪽의 드넓은 원형의 대지는 대부분 비옥한 땅이다. 북쪽과 동쪽 경계의 좁은 산호 능선만이 거의 경작되지 않은 채 남아 있으며, 군데군데 태고의 정글로 뒤덮여 있다. 그러나 그곳에는 사고야자, 등나무, 대나무 등과 같이 경제적으로 중요한 몇 가지 식물들이 자라지 않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해외에서 원재료를 들여와야 한다. 내륙의 몇몇 지역 역시 땅이 너무 질펄질퍽해서 쓸모가 없다. 반면 서쪽 해안에서는 맹그로브가 광범위하게 자라고 있는데, 그 식물은 만조 때 바닷물에 잠기는 소금기 있는 습지에서 잘 자란다. 섬의 남쪽 지역에서는 죽은 산호가 불쑥 튀어나오곤 하는데 최남단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따라서 그곳에서는 경작도 거주도 거의 불가능하다. 남쪽 지역에서는 소금기를 머금은 습지가 더 깊은 내륙까지 뻗어 있다. 거기서 사람들은 초호 위에 마을을 이루고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혹은 내륙에 있는 한두 곳의 비옥한 장소에 마을을 세운다.

저자는 이 책의 주제인 토착민의 경작 체계는 부족의 경제생활에서 중요하긴 하지만 토착민이 자연 자원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그곳의 토착민들이 매우 높은 수준의 문화적 능력과 정치 및 경제 조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면, 그들의 생산 유형과 제조업의 발달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광대한 죽은 산호를 덮고 있는 비옥한 부식토는 확실히 얌, 타로, 고구마, 바나나, 코코넛과 같은 남해의 유용한 식물들을 집중적으로 경작하는 데 적합하다. 해저 생물이 풍부한 탁 트인 초호에서, 진취적이고 영리한 사람들은 당연히 효율적인 고기잡이 기술을 발전시킨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밀집해서 살고 있는 정착지들에서는 훌륭한 예술과 기술을 기대해볼 수 있다. 또한 주거환경과 기회의 차이로 인해 특별한 제조업 중심지들이 생겨나고 내부 교역 체제가 성립되었으리라고 기대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필수적인 특정 원료인 돌, 점토, 등나무, 대나무, 사고야자의 결여는 외부 세계와 광범위한 교역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원시림의 부재는 사냥이 결코 중요하게 여겨질 수 없으며, 야생 식물의 채집이 단지 보조적인 역할만 담당한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다.

트로브리안드인에게 경작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고기잡이다. 그러나 고기잡이가 단지 몇몇 지역들에서 두드러지는 반면, 농경은 모든 곳에서 가장 중요하다. 사냥은 거의 경제적인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 ‘운반교역은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내륙에서 이루어지는 물고기와 채소 식량의 교환은 트로브리안드인의 공공생활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작업과 그것의 조직, 생산과 부의 분배, 그리고 소비와 관련해서는 생태학적 지표들만으로는 추론할 수 없는 일들이 엄청나게 많다. 경작을 체계화할 때 주술과 정치권력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경작지과 주술

트로브리안드인은 즐겁게 땅을 일구고 자랑스럽게 거둬들인다. 그들은 쌓아놓은 식량을 보면서 성취감과 안정감을 느끼며, 얌 덩굴이나 타로의 풍성한 잎을 보면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경험한다. 경작지의 풍경과 거기서 이루어지는 작업이 너무나 가지각색이고 경작의 취지가 어리둥절할 만큼 다양하게 나타난다. 족장과 족장의 후계자인 주술가 바기도우와 지역의 유지들이 모두 함께 대규모 경작지 회의를 하고, 족장은 가장 비천한 백성과 마찬가지로 날마다 자신의 경작지에서 일한다. 보통 경작지의 작업은 가족 단위로 참여하지만, 파종과 덤불치기는 종종 공동노동으로 진행된다.

트로브리안드의 경작에서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인 주술도 경작활동에서 뚜렷하게 눈에 띈다. 주술은 비밀스럽게 행해지지 않는다. 주술은 경작지 주술사의 공적인 의무이기에, 주술의 존재뿐 아니라 세부사항까지도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계절의 순환에 따라 일을 나누고 이익을 분배할 때면 농경이 항상 우선시된다. 농작물이 풍부한 지역들은 경제적으로 가장 부유할 뿐 아니라, 보통 정치적으로도 지배력을 발휘한다.

 

주술이 필요 없는 경제활동

키리위나는 정치적으로 우세하고 사회적으로도 가장 서열이 높은 지방인데, 경제적으로도 가장 부유하다. 그 지역 전체의 최고 족장은 오마라카나에 거주한다. 그 섬의 북쪽 끝에 있는 마을들은 키리위나의 일부로 간주 되는데, 그곳에는 이 지역의 유일한 고기잡이 마을인 라바이카이볼라가 있다. 그 마을들은 상어와 가숭어라는 두 어종의 물고기만 전문적으로 잡는데, 이것은 엄밀하게 계절적인 고기잡이지만 경제적으로 중요하다. 고기 잡이와 관련된 독특한 주술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신화 전승 및 지역 고유의 의례와 결합되어 있다. 공동체마다 각각의 우두머리가 그 주술을 수행하며, 터부와 예식들이 수반된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이 잡은 물고기를 공물로 제공해야 하지만, 결국 그것을 받은 공동체들로부터 답례 선물을 받는다. 키리위나에서 대부분의 마을들은 동쪽 바다 기슭에 연안지구를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는 카누들이 있다. 이를 통한 고기잡이는 생업이라기보다는 아마추어적인 취미생활에 가깝다. 여기에는 어떠한 공식적인 주술도, 어떠한 고기잡이 계절도, 어떠한 공동으로 조직된 원정도, 외부 공동체들이나 내부 사람들에 대한 어떠한 의무도 없다.

서쪽의 쿠보마 지역에서 정말로 발달된 제조업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제조업자들이며 장인들이다. 그들은 고도의 수공 능력으로 인해 높은 신분을 부여받기보다는 오히려 천한 부류로 분류된다. 그러나 쿠보마의 족장 역시 한 사람의 타발루이다. 타발루 하위 씨족은 가장 서열이 높다고 보편적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주요한 타발루 외에도 보조적인 계열의 타발루들이 존재하는데, 왜냐하면 가장 귀족적인 이 하위 씨족은 여러 중심지에 흩어져 살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트로브리안드 장인 가운데 가장 감탄할 만한 능력을 가진 이들은 브워이탈루 주민들이다. 이 마을은 이웃 마을인 바우와 함께 최고의 효험을 지닌 요술‘(주술에 의한 상해 혹은 살해의 기술)로 유명한데, 조각 분야에서도 최고의 작품은 확실히 이 마을에서 나온 것이다. 브워이탈루에서 조각은 전통적으로 장려되어왔고, 작품의 완전성이나 양적인 측면에서 그 지역에 견줄 곳이 없다. 그러나 그들의 작업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주술도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모든 개인은 어릴 때부터 기술이나 재료에 대한 지식, 야망과 가치관을 반복해서 학습한다. 다른 어떤 공동체도 그들과 경쟁할 수 없으며, 경쟁하려고 시도하지도 않는다.

북부 초호 지구인 쿨라마타 토착민들은 어부로서 자신들의 천직을 진지하고 중요한 일로 여긴다. 연안 마을마다 고유한 고기잡이 방식이 있다. 브워이탈루 사람들과 그 이웃들은 그물로 고기잡이를 하고 연체동물과 게를 잡기도 하지만, 주로 작살로 노랑가오리를 잡는 데 관심을 가진다. 쿨라마타의 중심에 위치한 큰 정착지인 카바타리아는 특히 수많은 구멍과 숨을 곳이 있는 산호 노두로 이루어진 초호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데, 그곳은 독이 있는 뿌리를 사용해서 물고기를 잡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기잡이와 관련해서 어떠한 주술도 실천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오부라쿠나 오코푸코푸의 초호 구역에는 산호 노두가 없어 그물과 두들기는 기술을 사용해서 대규모 고기잡이를 한다.

더 남쪽으로 이동해서, 동쪽 해안에 위치한 유일한 마을인 와웰라는 토착적인 천문학과 기상학, 혹은 좀 더 정확히는 토착적인 시간 계산이 발달했다. 약 일곱 개 내지 여덟 개의 마을들로 구성되어 있는 큰 정착지인 시나케타는 남쪽으로 인접한 섬인 바쿠타의 큰 마을에서부터 암플레트와 도부까지 이르는 주요 항해 원정의 일부가 이루어지며, 여기서 예식적인 쿨라교환을 비롯한 몇몇 직접적인 부족간 교역이 일어난다.

제조업에 관해서는, 그것들이 어떤 식으로든 농경이나 심지어 고기잡이와도 비교될 만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강조할 필요가 있다. 마을들은 저마다, 모든 종류의 기술과 솜씨를 발휘할 수 있다. 나무를 조각하는 브워이탈루에서 뿐 아니라 농경의 중심지인 오마라카나에서도 생산이 불가능한 품목은 없다. 그러나 정교한 제조업은 사실상 한두 곳의 마을에서만 만들어진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

각각의 연안 정착지는 실은 한 무리의 더 작은 마을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모든 작은 마을이 명확한 부분들로 구성되고 있다. 창고들과 가옥들이 하나 혹은 두 개의 둥근 고리 모양으로 중앙의 공공장소를 둘러싸고 있다. 창고와 가옥이 분리된 곳에서는, 창고들이 안쪽의 고리에 모여 있고 가옥들은 원형의 길 바깥쪽에 늘어서 있다. 마을의 크기와 구조가 다양하며 건축물의 완성도나 장식된 정도가 가지각색이다. 그런데 <그림 2> 오마라카나의 평면도를 보면 중앙 공터에는 족장의 얌 창고매장지’, ‘족장의 오두막이 함께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이 중앙 공터에서 대부분의 공공생활이 이루어진다. 해마다 경작지 회의를 위해 그곳에 모이고, 수많은 경작지 행사들이 여기서 개최된다.

식량 분배가 가장 정교하고 풍족하게 이루어지는 경우는 장례연회가 벌어질 때다. 밀라말라 축제가 벌어질 때면, 쌓여 있는 생채소와 과일들의 풍경이 죽은 자들의 영들을 맞이하고 그들을 기쁘게 한다. 죽은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임종한 그해 동안 혹은 그다음 해까지, 요리하지 않은 식량의 분배 예식을 통해 기려진다. 만약 지난해에 마을에서 중요한 인물이나 신분이 높은 사람이 아무도 죽지 않았다면 대규모 식량 분배와 함께 춤의 절기가 시작되며, 요리와 식사가 뒤따른다. 만약 공동체의 어떤 구성원이 사망했다면, 올해의 춤추기는 생략될 것이다. 아마도 그 대신 한두 번의 예식적인 식량 분배가 이루어질 것이다. 식량 분배는 트로브리안드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특유한 예식 활동들 가운데 하나이다.

멜라네시아의 잔치축제는 대규모 공동 식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요리되지 않은식량을 개인들에게 재분배하는 방식이 주목할 만하다. 재분배는 이삼일 동안 식량의 사치스러운 규모로 소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량 더미를 바라보는 일, 그것의 취급과 운반은 집단적 예식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식욕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과식하고, 포만감을 느끼는 것과 쌓여 있는 식량의 광경은 토착민에게서 감정적으로 결합된다. 그것은 곧 말리아‘-번영, 충만, 포만를 의미한다. 장례 의식과 잔치, ‘소비되는식량의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데 왜 꼭 요리되지 않은식량이 재분배되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저자는 잔치의 골자는 주고, 받고, 전달하는데 있다고 한다. 농작물을 공동으로 모으고 재분배하는 일이 친족의 의무를 만족시키는 일로써 잔치의 핵심이다. 증여의 형식으로 지급되는 선물에는 중요한 사회학적, 경제적 함의가 있다.

저자는 트로브리안드인의 사회 구조가 식량 분배와 함께 조직된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리고 생산물의 처리를 중심으로 사회 활동이 진행되는 모습을 묘사한다. 경작지 생산이야말로 이들의 주요 생업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토태가 공동으로 모으고 분배하고 소비하는 축제 형식이라고 하는 것이다.

큰 점토 단지는 단지 공동 요리를 위해서만, 다시 말해서 날것이 아니라 요리된 음식이 분배될 때에만 사용한다. 요리된 음식의 분배는 공동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이루어지는데, 때로는 이미 언급된 다른 분배에서 선물의 일부로 통용될 수 있다. 트로브리안드 사회에서 얼핏 보기에 자유롭고 자율적인 선물로 보이는 것이 보통은 봉사와 기부가 상호 교환되는 호혜적 의무의 그물로 엮여 있다. 트로브리안드인이 요리에 어떤 의미가 담기는지 궁금하다.

요리는 항상 집 안에서 혹은 집 주위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마을의 안쪽 고리에 개방형 창고들이 세워진 마을들에서는 안쪽 고리의 내부에서 요리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확한 터부가 존재한다. 따라서 족장의 개인 거주지는 항상 안쪽 고리의 내부에 있지만, 혹은 총각들의 집도 종종 거기에 있지만, 그곳에서 요리를 해서는 안 된다. ‘요리가 허락되는 집을 가리키는 특별한 토착어가 존재한다.

 

트로브리안드 사회의 구성

트로브리안드 사회의 주요 속성이라고 열거할 만한 사회적 원칙들은 신분, 모권제, 혹은 좀 더 정확히는 모계제, 그리고 토테미즘, 혹은 좀 더 정확히는 특정 동물을 연상시키는 씨족들로의 분할이다. 사회적 연속성에는 명백히 두 가지 원칙들이 존재한다. 지배적인 규칙은 모계제이며, 모계제를 통해서 지위, 소유, 그리고 사회적 정체성이 형제자매들로부터 자매의 아이들에게 전해진다. 반면, 가부장적인 가구 구성과 아버지와 자식 간의 매우 강한 애착 관계로 인해서,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많은 것들을 전수하는 경향이 생겨난다.

모든 사람은 어머니로부터 어머니에게로, 한 사람의 공동 여성 조상에게로 거슬러 올라가서 자기 친속의 유래를 찾아낸다. 궁극적인 여성 조상은 또 다른 여자에게서 태어나지 않고 땅 밑에서 지상으로 나온 사람이다. 그러한 공동 여성 조상에게서 비롯된 모든 후손은 토착민들이 친속이라고 부르는 것을 형성하는데 이를 하위 씨족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법이나 경제에서, 실제 행위에서, 그리고 사회학적 의미에서, 하위 씨족이 훨씬 더 중요하다. 하위 씨족은 토지 보유권의 신화적 토대에서, 마을의 구성에서 그리고 주술에서 매우 강력한 단위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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