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니슬라브 말리노프스키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4장_ 누가 누가 잘 자라나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제4장 오마라카나의 경작지:성장 주술
2025.2.25. 최수정
누가 누가 잘 자라나
경작지 주술은 공공연한 예식이기에, 모든 사람이 종종 주문을 듣게 된다. 트로브리안드인이 토워시의 주술을 함께 듣고 공동노동에 참여하거나 경작지의 심미적 기능을 위해 경쟁적으로 달려드는 모습은, 다른 식물에게 들려주는 주술을 옆에서 들고 질투 어린 성장으로 돌진하는 경작물을 연상하게 한다. ‘경쟁심’을 유발해 지루하지 않고 유쾌하게 일 할 수 있게 공감적 연결을 자극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나는 이 장을 읽으면서 토워시의 경작지 주술을 주민 모두가 공공연하게 함께 듣는 일은 경작자들을 ‘공감적’으로 연결하는 첫 번째 의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을 공감적으로 연결해 자연스럽게 경쟁을 유도한다. 이는 ‘타이투’가 주술사의 주문을 듣고 공감하고 경쟁하며 땅을 헤치고 나오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나는 주술로 인간뿐만 아니라 경작물의 경쟁을 유도하는 트로브리인드인을 보면서 이들이 인간과 경작물을 어느 정도 동일시하고 있다고 느꼈다. 인간과 경작물 모두 주술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주술을 통해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래서 그들의 경작지 주술은 그 자체로 그들의 오래된 이야기처럼 들렸다.
경작지 이른 작업과 시작 주술이 끝나면 경작자는 이제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했다. 남아 있는 일은 자연이 도맡아서 해야 한다. 자연적 성장 과정에서 토착민들의 관심은 ‘타이투’ 식물에 집중된다. 타이투는 토착민들의 주요 농작물이다. 타이투의 무성한 잎은 토착민들의 마음을 기쁨으로 충만하게 한다. 그들은 잎이 무성해질수록 덩이줄기들도 더 튼실하다고 말한다. 타이투의 파종과 함께 정말로 힘든 작업이 끝난 뒤에도 경작자들이 여전히 바쁘게 일하지만 예전처럼 작업에 열중하지 않는다. 그런데 주술사는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는 “싹을 깨운다.” 그는 “어린 가지가 땅 위로 올라오게 한다.” 그는 타이투의 “머리장식을 던진다.” 그러나 나서 다시 뿌리로 내려가서, 그는 “수많은 덩어리들을 일시에 쏟아낸다.” 그는 “타이투 덩이줄기들을 흙속으로 밀어낸다.” 주술사는 식물의 잘 알려진 생장 과정을 밀접히 따라가면서 그 과정을 자극하고, 땅의 자연적 힘에 주술의 이로운 힘을 보태어준다.
성장주술–어린 가지들과 잎들의 자극
땅속에서 타이투의 덩이줄기는 다시 살아나서 새로운 주기를 시작하고 있다. 저자는 토착민의 관점을 통해 그 진행 과정을 지켜보자고 한다.
토착민들은 파종할 때 언제나 종자 얌을 땅속에 수평으로 놓는다. 토착민들은 무디고 둥글게 생긴 쪽의 끝을 마탈라(눈), 얌의 몸통 부분을 타프왈라(몸통)라고 부른다. 새로운 식물이 싹트기 시작하는 곳은 마탈라의 끝부분이다. 싹(소불라)은 땅밑에서부터 조금씩 올라오다가 땅 위로 등장하고(이사카푸), 그러고 나서 버팀대 둘레를 감고 자라나서 주요 줄기(탐나)로 성장하며, 옆으로 다양한 어린 가지들(요실라, 카리 살랄라 그리고 야윌라)이 퍼져나간다. 땅속의 줄기–아직 덩굴손일 때 토착민들은 그것을 소불라라고 부르며, 이후 그것이 어리고 유연할 때 실리실라타라고 부른다–는 이제 튼튼한 주요 뿌리, 게데나로 자랐다. 게데나에서 다시 실리실라타라고 불리는 새로운 뿌리가 나오며, 이것들 위에 어린 덩이줄기들(브와나와)이 생겨난다.
트로브리안드인들은 경작지에서 자연의 힘으로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듯이 덤불 속에서도 야생 식물에게 똑같은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완벽히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경작지에서는, 주술사가 이러한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첫 번째 주문은 ‘싹을 깨우기’(바구리 소불라), 혹은 ‘싹의 헤치고 나아감’(타비시 소볼라)이란 이름으로 불리는데, 그 주문과 용어들의 주술적 기능은 주술의 목적과 완전히 조화된다. 이 주문에서 “헤치고 나아가가라”(타비시)가 계속해서 반복된다. 주문의 주요 부분(타프왈라)에서는 주술적인 후렴구 혹은 핵심어인 다데다 타비시마가 나타난다. 그런데 여기서 대단히 흥미롭게도, 주술사는 주문의 주요 부분에서 병들거나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느리게 싹이 트는 약한 종류의 타이투만을 자극한다. “나쁜 타이투가 주술을 듣습니다. 좋은 타이투도 그것을 듣습니다. 좋은 타이투는 나쁜 타이투가 주술 덕분에 성장할 것을 알고, 자기도 부끄럽지 않도록 더욱 빨리 자랍니다.” 따라서 트로브리안드에서 경쟁의 원칙은 인간의 활동에 뿐 아니라 땅속 농작물의 성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1) ‘바구리 소불라’는 싹을 깨우는 주술이며, ‘바비시’ 혹은 ‘타비시 소볼라’는 싹이 헤치고 나가게 하는 주술이다. 주술사는 경작지들을 가로질러서 천천히 걸어가면서, 하나하나의 발레코를 향해서 이 주문을 읊는다. 그는 뚜렷하게 울려 퍼지는 강한 목소리로 모든 경작지를 휩쓸면서 주문의 효력을 경작지의 흙속에 침투시킨다.
2) 어린 싹이 버팀대에 기대어 올라올 수 있도록 돕는 주문은 ‘카추사카푸’ 혹은 ‘바사가푸 소불라’인데, 이것은 ‘싹이 나오게 하다’를 의미한다. ‘사카푸’는 ‘나타나다’, ‘나오다’라는 말로 정확히 번역된다. 이 주문은 이전의 주문과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데, “헤치고 나가라”는 말을 “나오라” 혹은 “나타나다”는 말이 대신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이전의 주문과 단어마다 거의 동일하다. 여기서도 동일한 식물인 다데다가 공감적인 상징으로 등장한다.
이 주문 역시 오직 “입으로 하는 주술”, 메그와 왈라 오 와돌라(단지 입으로 하는 주술)이다. 여기에는 어떠한 의식도 수반되지 않는다. 주문이 끝난 뒤에 어린 싹이 땅속에서 나오기 시작해서 가느다란 버팀대들, 예예이, 캄투야, 그리고 카이투소불라 둘레를 감는다. 여자들은 이 단계에서 잡초 뽑기를 한다. 여자들은 공동으로 잡초 뽑기를 하는 동안 특별한 권리를 향유한다. 남자들은 잡초 뽑기를 하는 여자들의 무리 근처에 다가가서는 안 된다. ‘야우사 관습’에 따라 어떤 남자라도 붙잡아서 거칠게 다룰 수 있다. 이방인 남자라면 실제로 성적으로 학대할 수도 있다.
매우 단순한 주술 의식인 카리야옐리 사피에 따라 잡초 뽑기(프와코바), 혹은 깨끗하게 쓸기(사피)라고도 불리는 것이 시작된다. 그 의식은 잡초 뽑는 행위를 관습적으로 흉내내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주술사는 상징적인 다이마로 땅을 긁고 아마도 잡초 몇 포기를 뿌리째 뽑으면서, <문구 15>의 주문을 전체에 널리 퍼질 만큼 큰 소리로 읊는다.
3) 세 번째 예식은 좀 더 정교한데, 소규모의 예비 의식이 포함되어 있으며 ‘터부’가 수반된다. 주요 의식에서는 주문이 사용된다. 이 주문은 뿌리와 무관하고 오히려 잎과 관련된 주문이며, 카이다발라, 혹은 우두머리 막대기라고 불린다. “그것은 많은, 수많은 잎들을 만들어냅니다.” 또한 그 주문은 시리브워브와우라고도 불린다.
4) 다음의 주문의 목적도 위의 주문과 똑같다. “풍성한 잎들을 더욱 많이 생산해야”한다. “그것은 땅속에서 싹(실리실라타)을 많이 만든다.” 이 주문과 결합된 의식은 없다. 그것은 단지 소구획에서 단조로운 목소리로 읊어진다.
카일라발라 다바나 타이투–타이투의 무더기(머리)만들기-<문구 17>의 주문은 노래기를 중심어로 삼는데, 그 까닭은 노래기가 재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노래기는 호우(豪雨)의 전조(前兆)이기 때문에, 비와 구름과 관련된 관념들의 주술적, 신화적 순환과도 연관된다. 그러므로 노래기는 또한 풍요의 상징이다. 여기서도 주문은 단지 “입으로 하는 주술”(오 와돌라)이며, 어떠한 의식이나 조작도 수반되지 않는다.
5) 카사이보다–덮기, 타이투 덮기 <문구 18> 주문은 이전 주문과 대칭을 이룬다. 토착민들은 이 주문에 대해 설명하면서, 거미가 거미집을 만들 듯이 타이투 식물도 많은 가지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타이투는 공간을 덮고 녹색의 지붕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덩굴줄기들 사이의 공간을 채워야 한다. 그것은 살아 있는 식물을 지탱해주는 모든 죽은 나무를 덮어야 한다.
위에서 성장 주술에 속하는 처음 다섯 가지의 의식들을 살펴보았다. 처음 다섯 가지의 성장 의식들은 메그와 게구다, 여물지 않은 농작물의 주술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성장 주술 주기는 비록 농작물이 정말로 수확해도 좋을 만큼 다 여물지 않았는데도–아직 덩이줄기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메그와 마투워, 곧 여문 농작물의 주술이라고 불린다.
성장 주술 – 뿌리와 덩이줄기의 자극
1) 첫 번째 의식은 밭에 읊어지는 주문, 바푸리로 구성된다. 바는 사역접두사이며, 동사인 푸리는 덩어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토착민들이 설명하듯이, 바푸리 주문은 “브와나와(어린 덩이줄기들)가 덩어리로 쏟아져 나오게 한다.”
<문구 19>에서 열거되는 타이투의 품종인 나코야, 사카야 등은 모두 훌륭하고 맛이 좋지만 매우 발육이 어려운 덩이줄기들이다. 왜 경작지 주술사가 성장하기 어려운 종류들만 언급할까를 묻자 정보 제공자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나중에 루필라쿰(가장 훌륭하고 가장 쉽게 자라는 타이투)은 경작지 주술사가 야생의 (정말로 길들여지지 않은, 따라서 성장이 어려운) 타이투 종류들에 호소하는 것을 듣습니다. 나중에 루필라쿰은 앞으로 돌진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다른 종류들보다 앞서 나갑니다.”
2) 다음에 오는 의식은 발레코(경작지 소구획)를 향해서 한 번 더 직접 읊어지는 단순한 주문이다. 그것은 캄마말라라고 불리는데, 되가져오기, 다시 데려오기를 의미한다. 3) 세 번째이자 마지막 주문은 카사일롤라(닻 내리기 주문), 혹은 탈롤라 실리실라타(뿌리의 닻 내리기)라고 불린다.
오래된 종자 덩이줄기는 이제 시들고 썩었다. 오래된 종자와 함께 일부 새로운 덩이 줄기들(브와나와)을 뽑아야 한다. 송이들이 너무 빽빽하면 어떠한 덩이줄기도 제대로 자랄 수 없다. 나쁜 타이투는 “검은”것(브와브와우)으로 묘사된다. 좋은 타이투는 “흰” 것(푸프와카우)으로 불린다. 솎아내기(바시) 작업은 거의 언제나 남자들이 도맡아 한다. 경작지 주술사는 솎아낸 덩이줄기들을 먹으면 안 되지만, 토착민들은 그것들을 파내자마자 먹어버린다.
한편, 바시(덩이줄기 솎아내기)를 개시하는 몸라라는 이름의 예식이 있다. 이 예식에서 또다시 바투비 부문(<주술 문구 2>)이 읊어진다. 이 예식을 끝으로 수확기 전에 수행되는 주요 경작지 의식들이 정말로 마무리된다.
사적인 경작지 주술
특정한 주술 문구들이 개인적으로 소유되는데, 토착민이 자신의 경작지 소구획에서 직접 그 문구들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전문가들이 수수료를 받고서 주문을 읊어주기도 한다. 이로 인해 풍요에 대한 기대는 차별적으로 형성된다. 그러나 트로브리안드에서 사적인 주술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아마도 그 까닭은, 경작이 너무나 엄청나게 중요한 활동이며 강렬한 선망과 질투의 대상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자기가 사적인 주술 덕분에 평균치를 훨씬 뛰어넘는 탁월한 경작지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족장 혹은 우두머리야말로 가장 훌륭한 사적인 주술과 경작지를 가질 수 있다.
12월에서 3월까지 북서쪽에서 계절풍이 불어오는 기간에 본격적으로 설화가 이야기된다. 잘 알려진, 끝없이 긴, 주로 음란한 이야기들을 서로에게 들려주는데, 화자는 이야기를 끝낼 때 표준화된 문구를 말해야 하는데, 이는 일정한 리듬으로 읊조려진다. 그것은 카툴로구사라고 불리는데, “설화를 이야기하면, 새로운 농작물에게 주술적 영향력이 발휘된다. 그것은 카시예나 얌이 다발로 쏟아져 나오게 만든다. 이 얌이 다발로 쏟아져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요 식량도 잘 여물게 된다.”
공동노동
토착민들은 공동노동의 다섯 가지 유형들을 구분하는데, 각각은 명확한 이름으로 불리며 뚜렷한 사회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타빌레이라는 용어는 “개인의” 혹은 “공동이 아닌” 노동이라는 표현에 상응한다. 반면 1) 탐고굴라는 족장이 공동노동에 적합한 일을 공동으로 작업하기 위하여 공동체 전체를 위해서 정하는 일반적 협정이다. 2) 카리울라는 이러한 협정이 모든 주기에 걸쳐질 때 3) 타울라는 단지 경작의 한 단계에서만 공동으로 작업할 때 4) 루발라비사는 여러 마을이 경작지들을 공동 노동을 통해 함께 경작하기로 동의했을 때 5) 카부투는 족장이나 우두머리, 혹은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남자가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만을 위해서 작업하라고 요구하면서 식객들이나 인척들을 소집할 때 일컫는 용어다. 카부투라는 표현은 경작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어떤 사람이 카누를 만들거나 창고 또는 자기 집을 세우는 등의 작업을 하면서 그를 도와줄 많은 남자들을 필요로 할 때마다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