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니슬라브 말리노프스키
[산호섬 경작지와 주술 3] 5장 1-3장 이름과 용어 사이
이름과 용어 사이
말리노프스키는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3』 5장에서 트로브리안드의 언어를 관찰하면서 언어를 세세하게 기록하였다. 토지, 농작물, 사회적 문화적 배경, 농경 기술과 농기구라는 주제로 나누어 언어를 분석하였고, 그 방식은 사전적 나열이 아니라 각각의 언어가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 맥락적으로 서술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한 점은 특정한 이름과 일반용어의 차이이다. 농작물들은 실용적으로 중요할 뿐 아니라 언어학적으로도 중요하기 때문에 더 특정한 이름들로 불린다. 덜 중요한 식물은 일반용어로 더 많이 불린다. 트로브리안드인에게 중요함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농작물이 얼마나 경제적, 의례적, 미학적 사용되는지이다. (209쪽) 그렇다면 토지와 농작물에서 이름과 용어가 어떻게 구별되어 사용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보자.
토지 용어 분류 – 일반용어와 전문용어
트로브리안드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경작이기 때문에 땅을 구별하는데도 ‘경작할 수 있는 땅’과 ‘경작할 수 없는 땅’을 나누어 용어를 붙였다. 경작지로 사용할 수 없는 땅에 대해서는 다쿠나 ‘돌’, 케나케누아 ‘모래’, 파사 ‘맹그로브 습지’로 구분하였다. 가장 경제적인 경작지는 크와빌라와 발레코로 구분된다. (194쪽) 여기서 다시 전문용어가 탄생되는데 바로 부야구이다. ‘경작지 부지’, ‘경작지 구내’, ‘해당 계절에 경작되는 토지’, ‘공동 울타리 안의 모든 토지’를 의미한다. (195쪽) 경작지를 가리키는 주요 용어는 바굴라이다. 바굴라는 좀 더 역동적이고, 그리고 좀 더 개인적인 의미를 가진다. 경작지 주술사는 울로 부야구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내가 작업하는 경작지’라는 의미에서 사용된다. (197쪽)
토지의 용어를 살펴보면 일반용어와 경작지와 관련된 토지는 더 세분화하여 전문용어로 불린다. 세세한 이름이 지어지지 않는 이유는 토지는 공공의 자산이자 근원적 힘의 토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해 본다. 그런데 주술사는 땅에 대한 개인적인 의미를 가진다는 ‘울루 부야구’라는 표현이 있다. 트로브리안드인에게 개인적 의미를 가진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울로 부야구라는 표현은 언제 사용하게 되는 걸까?
농작물 용어 분류 – 백 개 이상의 이름
다음은 농작물에 대한 언어를 살펴보자. 트로브리안드인들은 경작 가능한 식물을 동사적으로 묘사했다. 꽃, 가지 열매를 나타내는 개념은 꽃이 피다 가지를 내다 열매를 생산한다라는 의미에서 동사적으로 훨씬 더 자주 사용된다. 다른 한편 ‘뿌리’를 가리키는 단어는 명사 이외로는 사용될 수 없다. (214쪽) 왜 뿌리는 명사로만 사용되었을까? 보이지 않아서 일까? 아니면 주술이 작동하지 않다고 생각해서일까? 코코파 ‘싹트기 시작한 잎’, 시실라 ‘큰 가지’ ‘잔가지’ ‘가지’, 타프와나 ‘몸통의 주요 부분’ ‘몸 혹은 중간 부분’, 우울라 ‘몸통의 기저’ 등의 용어가 있다. 여기서 주술의 첫 번째 부분은 바로 우울라인데 어떤 주장, 협정, 원칙의 ‘원인’이나 ‘이유’ 혹은 ‘토대’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다. (215쪽) 토대가 뿌리가 아니라 바로 몸통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말리노프스키는 원문을 영어로 번역할 때 영어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 아닌 표현을 만들었다. ‘flower-frondesce’ 같은 표현인데 토착 단어인 시실라 표현하기 위해 그러한 표현을 만들어내야 했다고 한다. ‘작은 식물에서 꽃부리가 있는 꽃이 피고, 큰 나무에서는 잔가지에 꽃이 핀다’라는 의미이다. (217쪽) 말리노프스키는 정보제공자와 이야기하면서 임시변통의 구별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언어의 화용론 관점에서 출발 언어도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도착 언어는 새로운 지점에 도달하였다.
식물의 생식과 동물의 생식을 구분하는 것도 매우 흥미로웠다. 동물과 사람은 번식하기 위해 반드시 짝을 지어야 하지만, 식물에는 그와 유사한 것이 없다. 그렇기에 식물은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고 묘사한다. 동사 나남사, ‘고려하다’, ‘결심하다’는 씨앗이 영글지 않았을 때도 있고, 영글었을 때도 있다는 사실과 관련이 되어 있다. (221-222쪽) 어떤 종들은 남성 식물 ‘카임왈라’와 여성 식물 ‘카이비빌라’로 구분하기도 한다.
농작물에 대한 표현은 주술과 관련이 깊으며 성장을 기술적으로 묘사한 경우가 많다. 타-타바시, ‘우리는 헤치고 나가게 만든다’, 혹은 타-카투사카푸, ‘우리는 나오게 만든다’는 성장 주술 가운데 두 개의 주문을 지칭하는 이름들이다. 최초의 부드러운 싹을 주술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타-바구리, ‘우리는 깨운다’라는 용어가 대신 사용된다. (228쪽) 농작물, 주술, 성장은 깊은 관련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명사적 용법에서 머물 수 없다. ‘나가게 만든다’ ‘깨운다’ 같은 동사적 의미가 항상 수반되어야 한다.
<표A>에서는 타이투와 쿠비에 대한 품종의 목록을 나열하였다. (230-231쪽) 20~30개 되는 품목이 있는데 이것 또한 다 완성한 것이 아니라 백 개 이상의 이름들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한다. 토착민들은 엄청나게 많은 품종을 구별하고 이름짓고 있었다. 말리노프스키는 주문에 언급된 품종을 구별했다. 또한 비유적인 묘사적인 표현들이 있었는데 보마투 ‘북동풍’은 타이투가 익는 계절을 가리키고, 수수는 ‘우유’를 톰와야는 ‘노인’ 아마도 타이투의 주름진 모양을 표현했다고 본다. (234쪽) 또한 접두사를 통해서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는데 여성 접두사는 타이투의 이름 한 두개에서도 발견된다. 나-코야, 나-부그와 (235쪽)
말리노프스키는 타이투의 사용 및 취급과 관련된 언어적 구별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는데 그것들이 인간의 작업, 인간들의 무리 짓기, 그리고 농경의 관심사와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236쪽) 예를 들어 타이투바우와 타이투왈루를 비교해보자. 새로운 타이투를 뜻하는 타이투바우는 ‘땅에서 뽑은 직시 먹어치우는 농작물이다.’ 반면 타이투왈라는 ‘얌 창고에 저장한 후에만 먹는 덩이줄기’이다. 타이투왈라에서 두 번째 어근 왈라는 문자적으로 ‘오직’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그 단어는 ‘오직 타이투’ ‘진정한 타이투’ ‘진짜 타이투’를 뜻한다. (236쪽) 그렇다면 얌 창고에 저장이 되어야지 진짜 타이투가 된다는 의미일까? 바로 먹는 것이 신선해서 진짜 타이투일 것 같지만, 얌 창고에 저장되는 주술과 의례를 치뤄야지 그 얌은 진정한 타이투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살펴보고 싶은 건 바로 나비기도우가 왼손에 타로 싹을 쥐고 실례를 제시하면서 절차를 말해주는 장면이다. (230쪽) 언어는 행동지시적 특성을 지니는데 이 원문이 몸짓의 맥락까지 재연하면서 그 특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