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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니슬라브 말리노프스키

Bronislaw Kasper Malinowski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에세이 “타이투가 듣는 말”

작성자
coolyule
작성일
2025-05-06 17:46
조회
34

동화인류학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에세이 2025-5-6 김유리

 

타이투가 듣는 말

 

 

농부, 주술사, 작물

 

“트로브리안드인은 뭐니 뭐니 해도 농부다. 그들은 즐겁게 땅을 일구고 자랑스럽게 거둬들인다. 그들은 쌓아놓은 식량을 보면서 성취감과 안정감을 느끼며, 얌 덩굴이나 타로의 풍성한 잎을 보면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경험한다.”(『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1권, 83쪽) 트로브리안드 인은 경작지에서 눈, 마음, 위장에 좋은 것들을 경험하며 지복을 예감한다.

트로브리안드 산호섬의 경작 주기는 네 국면으로 구성된다. ①준비 ②파종 ③성장 ④수확의 국면이 그것이다. 농부들의 노고가 많이 드는 때는 ①준비와 ②파종의 시기다. ④수확의 단계에 이르면 공동체 전체가 안팎으로 경작과 복잡하게 얽힌다. 이에 비해 ③성장 시기에는 국면이 전환되어 농부들은 고기잡이 항해를 떠나거나 스포츠를 즐긴다. 이때는 자연이 일한다. 경작지 주술사만이 경작지의 모든 구획을 끊임없이 방문하여 성장 주술의 문구들을 순서대로 읊는다. 이 주문을 “타이투” 식물이 듣는다고 한다.

농사는 농부가 짓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연이 일한다고? 주술사가 주문을 외우면, 타이투가 듣는다고? 우리는 무슨 일을 하든 자기가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산호섬에서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경작 시기별로 주인공이 바뀌고 엮여 들어오는 관계의 수가 늘어난다. 농부, 주술사, 작물이 어우러지는 트로브리안드 경작지로 함께 떠나보자.

그런데, 자기 일을 자기가 다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왜 좋은가? 경작지 “성장 주술”을 통해서 그것을 한번 알아보자.

 

산호섬의 경작지 주술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Coral Gardens and Their Magic)』(유기쁨 옮김, 아카넷, 2012)은 브로니슬로 말리노프스키가 1934년 런던대학교 런던경제대학 인류학과 재임 시절 출간하면서 본인의 저서 중 가장 훌륭하다고 믿는다고 했던 책이다. 그는 태평양 남서쪽 뉴기니 섬 동쪽 트로브리안드 군도에서 1915년부터 1년간, 그리고 17년부터 1년을 더 토착민 공동체 마을에 체류하면서 연구했다. 그는 트로브리안드의 선도적인 경작지 주술사들 가운데 한 사람이며 탁월한 협력자인 바기도우(Bagido’u)를 만나 주술에 대한 수집과 번역을 넘어선 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 바기도우는 사라져가는 세계의 마지막 보고로서 주술에 대한 이해를 후세에 남기는 데 시간과 공을 아끼지 않았다. 저자는 트로브리안드인들의 연대기 기록자이자 대변인이 되고자 한다는 인류학자로서의 위치를 서두에 밝힌다.

바기도우는 오마라카나의 공식 경작지 주술사이다. 오마라카나는 트로브리안드 섬에서 제일 비옥하고 부유한 지역으로서 서열이 높은 씨족의 중심지다. 오마라카나가 보유한 경작지 주술은 명성이 높다. 트로브리안드인들의 신화 체계에 따르면, 땅과 인간은 결합되어 있다. 땅속에서 시조들이 주술을 가지고 특정 장소로 올라왔다고 전해진다. 최고의 씨족 집단은 경작지가 훌륭하고 경작지 주술이 탁월하다. 주술은 토지 소유권과 함께 하위 씨족의 우두머리들에게 귀속된다. 경작지 주술사 바기도우는 오마라카나 족장의 후계자다.

경작지 주술은 트로브리안드 군도에서 대중적이고 공식적인 의식으로 시행된다. 경작지 주술사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하여 경작지 주술을 행한다. 모든 사람이 예식의 일부에 참여하고, 참여하지 않는 나머지 예식도 모든 사람을 위해서 수행된다. 주술은 마을 공동체 전체를 위해 수행되므로 모든 사람들이 주술사에게 공물을 바친다. 주술사는 주술을 개시하는 첫 단계로 공물의 일부를 요리하여 조상에게 바치는 예식을 한다. 조상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조상의 영을 부르고 경작지의 영적 차원을 연다. 주술은 씨족의 시조가 땅에서 가지고 나온 이래로 대를 이어 예식을 수행해온 많고 많은 주술사들의 온전한 계통으로 전수되어 왔기 때문에 현재에도 살아있게 된다. 공동체의 보답 선물은 상업적인 증여라기보다는 감사와 복종의 표현이다.

그런데 주술사에게 터부가 있다. 거의 다 특정 음식의 절제로 구성된 터부들이다. 주술사는 검은 물고기와 동물의 살을 먹으면 안 된다. 검은 색은 풍요의 색이고 비구름의 색이다. 경작에 유익하고 공동체 전체의 강렬한 욕망의 대상과 연상 관계에 있는 대상을 개인이 취하는 것을 금한 것이다. 특정한 채소들을 먹어서도 안 된다. 이는 모두 의례에서 사용하는 재료나 주술의 목적과 “공감적”(sympathetic)으로 연결되어 있는 음식들이다. 영국의 인류학자 제임스 프레이저는 『황금가지』공감적 연결이 주술의 기본적인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수확기 터부이다. 주술사는 첫 수확을 영들에게 공물로 바치는 의식을 수행하기 전에는 햇 작물을 입에 대서는 안 된다. 세 번째 터부는 경작지 주술의 모든 예식을 수행하는 날 금식하기이다. 경작지 주술사의 터부가 모두 먹는 것과 관계 되어 있다. 사적 욕망을 누르는 것이 그의 경작지 주술의 효과를 보장한다. 자연의 힘을 빌리고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서 절제를 단련한다. 영적 차원을 매개하기 위해 자기를 비운다.

또 한 가지 측면에서 주술사의 터부는 “입”의 기능 전환을 함의한다. 주술사의 입은 자기 배를 불리기 위해 먹는 일에서 모두를 위해 영양가 있는 말을 하는 일로 모드를 전환한다. 주술사는 경작의 계절 내내 말을 무척 많이 한다. 그는 족장과 함께 그 해의 밭을 농부들에게 배분한다. 그는 기상학에 정통하여 적절한 시기를 판정하고 매 단계 작업 개시를 선언한다. 그는 경작의 전문가다. 작물이 어떻게 싹 트고 자라나 익어가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만약에 경작에 뒤처지는 사람을 발견하거나, 몇몇 사람들이 울타리치기 같은 공동의 임무를 게을리 함으로써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태롭게 하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그 주범들을 책망하고 그들이 다시 열정적으로 일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마을 사람들은 개인적인 일을 하면서 집에 있거나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어디선가 경작지 주술사들이 장황한 연설을 통해서 문제의 경작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외치는 소리를 수차례 듣는다. 더불어 그는 두드러지게 탁월한 경작자에게도 주목해야 한다. 공개적인 칭찬으로 상을 주고 탁월한 경작자가 되고 싶은 토착민들의 야심을 자극한다.

토착민들은 경작지 주술사가 주술을 통해 풍요의 힘을 조절한다고 믿기 때문에, 인간의 작업에 템포와 리듬을 부과하는 것에 따른다.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풍요의 원천은 땅에 있다. 주술은 땅에서 나왔다. 주술 문구는 땅이 주는 말이다. 그 말은 인간이 발화함으로써 활성화되어 경작지로 흘러들어오고 사물 속으로 들어간다. 주술사의 목소리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땅의 말을 인간이 듣는다는 것은, 풍요를 약속하는 말이 지휘하는 대로 빠르기나 강세를 바꾸며 자기를 맞춘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부들은 경작지 주술사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것은 주술사 개인의 감정을 표출하고 욕망을 채우기 위한 말이 아니다. 주술의 말에는 경작지를 훌륭하게 하는 힘이 있다. 주술의 말이 발화되면, 농작업을 조직하는 기술적인 효과를 일으킨다. 동시에 각 개인의 마음가짐을 정돈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정신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경작지 주술과 경작 작업은 하나로 엮인 꾸준한 노력으로 진행된다. 주술과 기술이 합쳐져서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1권, 176쪽) 토착민들이 생각할 때, 주술은 숙련 기술만큼이나 경작지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성장 주술

: 한 해의 경작 주기는 전환점에 이르렀다

 

경작지를 정비하여 타이투를 심고 나면 토착민들은 사람이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했다고 생각한다. 남은 일은 타이투를 돕는 일뿐이다. 타이투란 마과에 속하는 열대 뿌리작물인 얌의 일종이다. 작은 얌 타이투는 토착민들의 주 작물이다. 타이투는 마름병과 다른 해로운 작용에 영향 받기 쉬운 작물이라서 성장 과정에서 많은 관심을 요구한다. 농부들은 경작지를 해충으로부터 보호하고, 울타리를 보수하며, 새 쫓는 딸랑이와 허수아비를 만들어 달고, 벌레를 잡아야 한다. 타이투 줄기에 잎이 무성해지면 농부들의 마음은 기쁨으로 충만해진다. 잎이 무성할수록 타이투에 덩이줄기가 많이 달린다. 덩굴이 자라는 대로 유인하는 장대들을 세우고, 풀을 계속 뽑아준다. 이윽고 뿌리에서 덩이줄기들이 “터져 나오면” 보다 원만한 발육을 돕기 위해 솎아내기 작업을 한다. 이 모든 작업 중에도 농부들은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는 것은 자연의 풍요롭게 하는 힘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3권, 579쪽)

주술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성장기에 토착민들은 자연의 과정 외에도 주술이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믿는다. 지금은 오직 경작지 주술사만이 개입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는 성장하는 식물에게 가서 성장 주술의 말을 읊는다. 성장 주술은 간곡한 권고와 명령, 비유와 단언 등 말의 힘을 통해서 식물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토착민들은 타이투가 성장 주술을 듣고 있을 뿐 아니라 이에 대해 경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주술이 중요한 효력을 발휘한다고 알려준다. 바기도우의 남동생 토웨세이는 “우리는 타이투를 파종합니다. 그것은 이미 (땅속에) 누워 있습니다. 나중에 타이투는 위에서 들려오는 주문을 듣습니다. 그것은 벌써 싹이 틉니다”라고 말한다.(1권, 327쪽) 주술사는 병들거나 느리게 싹이 트는 약한 종류의 타이투만을 자극한다. 토착민의 설명에 따르면 경쟁의 원칙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나쁜 타이투가 주술을 듣습니다, 좋은 타이투도 그것을 듣습니다. 좋은 타이투는 나쁜 타이투가 주술 덕분에 성장할 것을 알고, 자기도 부끄럽지 않도록 더욱 빨리 자랍니다.” 성장 주문들은 타이투의 성장 발육을 직접 자극하고, 유도하고, 촉진하고, 단언한다.

타이투가 듣는다고 하는 토착민들의 해설에 대해, 말리노프스키는 “들을 수 없는 귀(타이투)를 위해 준비된 말들이 예정에 없던 귀(농부들)에 들린다”고 표현한다. 인류학자는 토착민의 관점에도 관심이 있지만 토착민이 받는 영향을 알고 싶어 한다. 그는 경작자들이 타이투에게 하는 말을 들을 때 일어나는 효과에 대해 설명한다. 그 효과란, 농부들이 성장 주술을 들으면서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제 노동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은 주술에 맡기며, 그러한 주술을 보유한 지도자의 지도력과 조직력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저자는 주술이란 인간의 낙관주의, 곧 의심과 비관주의를 극복하는 건설적인 희망이 제도화된 표현이라고 정의했다.(3권, 512쪽) 조직된 주술은 항상 인간이 경험을 통해 자신의 실제적인 무력함을 알게 된 활동 영역에서 등장한다는 것이다. 토착민들은 농경에서 자기 도구와 손, 그리고 머리를 사용해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주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주술은 자기 한계를 넘어서는 부분을 인정한다. 이때 주술은 희망적인 면을 단언하여 개인들의 마음을 통합해가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러한 통합적 영향력은 노동을 조직하는 힘과도 관련되기 때문에, 농부들은 경작지 주술의 힘을 느낌만이 아니라 경험적으로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타이투에게 하는 말

 

바기도우는 의례가 있을 때마다 말리노프스키에게 알려 주고 참관을 허락했다. 바기도우와 동행하는 말리노프스키에게 바짝 붙어서 우리도 경작지로 들어가 보자. 파종 이튿날부터 바기도우는 강하고 뚜렷한 목소리로 주술 문구를 읊으며 밭 사이로 걸어다닌다. 그는 각각의 밭뙈기마다 들러서 주술의 말의 효력이 흙속으로 스며들어가도록 한다. 그 흙속에 타이투 종자가 “누워 있”다. ‘오래된 덩이줄기에서 새롭게 헤치고 나가라’고 하는 소리가 밭 위로 울려 퍼짐으로써 성장 주술이 시작된다. 성장 주술은 식물이 주문을 들을 수 있으며 말에 영향을 받는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주술은 크게 두 덩어리로 나뉜다. 첫째는 타이투 종자의 발아와 초기 발육을 연속해서 유도하는 5단계 주문이다.([표 1]) 두 번째는 지상부가 무성해진 후 지하부에 덩이줄기 형성과 발육을 촉진하는 3단계 주문이다.([표 2])

 

[표 1]

메그와 게구다(여물지 않은 농작물의 주술) : 어린 식물의 성장을 돕는 말

주술 문구(5종)

청자

효과

말투

<문구 13> 헤치고 나가라 오래된 것에서…… 또다시 싹트네

타이투

오래된 덩이줄기에서 싹이 튼다

-밭 전체에 강하고 뚜렷하게 울려 퍼지는 큰 목소리로

-간곡한 권고와 명령

-집요한 되풀이

<문구 14> 나오라 새롭게 오 다데다 나무여

타이투

어린 싹이 땅에서 나온다

강하고 뚜렷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로

<문구 16> 오 잎이 많이 달린 대나무여…… 뿌리는 쥐가 갉아내는 것처럼

타이투

-새로운 덩굴의 성장

-잎이 많이 나오고, 뿌리가 여러 갈래 뻗는다

단조로운 목소리로

<문구 17> 노래기여 내달려라

타이투

덩굴이 가장 큰 버팀대까지 뛰어 오른다

뚜렷한 곡조를 나타내면서 리듬감 있게 큰소리로

<문구 18> 거미는 뒤덮네

타이투

햇빛이 닿는 모든 곳을 덩굴이 뒤덮는다

강하고 뚜렷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로

 

[표 2]

메그와 마투워(여문(여무는) 농작물의 주술) : 덩이줄기의 성숙을 격려하는 말

주술문구(3종)

청자

효과

말투

<문구 19> 카누 한 척에 가득한 만큼…… 자꾸 자꾸 쏟아져 나오네

타이투

덩이줄기 형성과 발육

-경작지 위로 큰 소리로

-카누 쉰 척까지 되풀이

<문구 20> 타이투여 돌아오라 확실히 돌아오라

타이투

상동

경작지 위로 울려 퍼지는 큰 소리로

<문구 21> 덤불암탉이 닻을 내리네…… 타이투는 닻을 내렸네

타이투

상동

상동

 

<문구 14>의 “나오다”라는 동사는 시조들이 출현하는 신화 속 행동에 사용되는 단어이다.(3권, 585쪽) 기원 신화에 따르면 첫 시조가 땅 속에 있다가 지상으로 ‘나온다.’ 식물에게 읊어지는 이 말은 공동체 사람들의 귀에 닿으며, 그들의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시조들이 나오듯이 타이투 새싹도 땅에서 올라온다. 태초에도 나왔고 지금도 나온다. 식물과 인간이 ‘땅의 아이들’로서 서로 신비롭게 얽히는 지점이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그곳으로부터 다시 올라오는 파종과 발아의 방향성과 운동성은 경작지 주술 체계에서 처음부터 찾아볼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개시 주술(바투비, 1권, 246~47쪽)을 보면, 땅의 중심부로 깊이 내려갔다가 다시 떠오르는 느낌을 일으킨다. 이어지는 개시 문구들에서 경작지는 사람의 배에 비유되며, 경작지가 뱃속에 있는 아이로 인해 불룩하게 올라온다. 이러한 문구에 대해 토착민은 “타이투는 경작지의 아이들이다”라고 해설한다.

<문구 19>에서 조상의 영이 타이투를 껴안고 춤을 출 것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타이투가 매우 아름답기 때문에(3권, 603쪽) 예전에 주술을 휘둘렀던 신화적 인물 혹은 조상의 영이 타이투를 껴안거나 저승에서 춤을 춘다는 것이다. 트로브리안드에서 경작은 영적인 차원을 지닌다. 경작지 주술은 영들을 불러 음식을 대접한 뒤 비를 불러오는 임무를 맡겨 떠나보낸다. 경작에는 죽은 농부들까지 참여한다. 자연과 인간의 공동 작용으로 타이투는 아름다운 성장을 이루게 된다. 이것이 농부들의 영혼과 마음에 춤출 듯한 기쁨을 준다.

경작지의 맥락에서 타이투는 주술의 말을 듣는다. 야생의 타이투와 다르게 그는 인간과 보조를 맞춘다. 창고에 저장되고, 깨끗한 흙에 심기우고, 적절한 시기에 비를 맞고, 무성한 다른 식물과의 경쟁에서 보호받는다. 붙잡고 올라갈 덩굴 버팀대가 마련되고, 썩거나 밴 덩이를 솎아내어 넉넉한 장소를 확보하고 몸을 부풀리고 속을 익힌다. 주술사의 목소리를 듣고 타이투는 경작지 주술의 템포와 박자에 따라 성장의 춤을 춘다.

 

훌륭한 말의 힘

 

산호섬 경작지에서 주술 문구가 읊어지면 타이투가 듣고 자란다. 어떤 말이기에 타이투가 들을까?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경작지를 비옥하게 하는 말이기에 타이투가 듣는다. 타이투가 자기를 완성하도록 힘을 주기 때문에 듣는다.

경작지를 비옥하게 하는 힘은 목소리로 인해 발생된다. 그리고 타이투에게 힘을 전달하는 것도 목소리가 하는 일이다. 주술은 언제나 존재했다. 주술은 주문 속에 있다. 목소리는 주문의 말을 읊는다.

말의 힘을 발생시키는 목소리에는 조건이 있다. 그 목소리는 자기에 치우친 말로 채워지지 않아야 한다. 정확한 단어를 올바른 방식으로 말해야 한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목소리만이 풍요의 힘을 발생시키고 옮긴다.

토착민들은 경작지 주술에 대한 믿음의 근거를 캐는 데 관심이 없다. 그들은 주문과 그 주문이 읊어지는 의식을 충실하고 신중하게 전수하는 일에 진심이다. 그들에게는 주문이 “태초부터 존재해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주문은 ‘언제나 있고, 처음부터 있다.’ 토착민들은 세계의 다양한 측면마다 관련된 고유의 주문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비옥함이나 얌의 성장은 인간에게 중요한 문제지만, 인간의 힘만으로는 그것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 그러므로 주술이 존재한다.”(3권, 406쪽) 인간이 중요한 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어디서나 의식과 주문들로 구성된 주술 체계가 존재한다. 기술적인 수단으로 완전히 통제할 수 없고 운에 좌우되기 때문에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될 때, 위험에 대비하고 불확실성을 상쇄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중요한 언어행동이 취해진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곳에 언어행동이 온다.

훌륭한 말은, 경작지 주술처럼 자연에 언제나 있는 힘을 ‘발생’시키고, 꼭 필요한 곳에 그 힘을 ‘전달’하여 적절한 효과를 일으킨다. 토착민들은 외지인들에는 어떤 주술이 있는지 궁금해 한다. 남들에게도 훌륭한 말이 있는지, 그런 말을 필요로 하고 잘 사용할 정도로 인간됨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묻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산호섬의 토착민들은 인간에게 중요하지만 인간의 힘을 넘어선 작용과 대화의 관계를 여는 주술을 보유하는 것에 공동체적 가치를 둔다. 토착민들의 관점에서, 주술을 잃어버린 인간 무리는 혼란을 겪고 위험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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