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동화전집] 우르바노의 유령과 설화
동화 인류학_안데르센
우르바노의 유령과 설화
2024. 11. 20. 정혜숙
주제: 우르바노의 영혼을 가져간 작은 딱까구리와 ‘무릉도원’과 ‘호접몽’ 그리고 ‘신부’.
안데르센 동화전집 168번째 마지막 이야기 <우르바노>는 환상적이고 미스테리합니다. 이야기는 독실하고 학구적인 젊은 수도사의 믿기 힘든 경험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르바노는 성경의 한 구절 “주의 목전에는 천년이 지나간 어제 같으며 한 순간과 같을 뿐이니.”를 온전히 믿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화사한 색깔의 작은 딱따구리 새를 발견하고 그 새의 신비로운 노랫소리에 반해 새를 쫓아 깊은 숲으로 들어갑니다.
우르바노는 이리 저리 나무를 옮겨 다니는 새를 쫒다 결국 잡기를 포기하고 수도원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수도원으로 되돌아오는 길이 낯설기만 합니다. 우르바노 자신도 참으로 마법과 같다는 생각을 하며 모든 것들을 다르게 더 아름답게 보는 스스로에 놀라며 수도원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그를 본 다른 수도사들은 더 놀라고 두려움에 떨기까지 합니다.
유일하게 그를 피하지 않는 수도원장도 그를 유령 또는 영혼으로 취급하며 그의 정체에 대해 묻습니다. 그 순간 드디어 우르바노는 자신의 긴 백발과 수염 장서실의 열쇠를 허리춤에 찬 망령난 노인으로 자각하게 됩니다. 그들은 300년 전에 흔적없이 사라져버린 우르바노의 정체를 연대기 안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늙은 우르바노는 자신이 3분도 듣지 않은 딱다구리의 노래가 300년이라는 시간과 같았음을 깨닫고 먼지로 돌아갑니다. 마침내 그는 마음속 의문을 풀고 떠납니다.
이 미스테리는 실제라기 보다는 설화나 민담으로 세계 다른 문화권에서 보여지는 비슷한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예를들면 중국의 도연명이 지은 ‘도화원기’에 나오는 무릉에 사는 길을 잃은 어부가 도착한 ‘무릉도원’이야기가 그랬습니다. 복숭아 꽃을 쫓아 들어간 아름다운 마을, 우연히 도착한 곳에서 시간 개념을 잃어버린 어부의 이야기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그리고 장자의 ‘호접몽’도 떠올랐는데. 꿈속에서 나비였던 자신의 모습과 현실에서 자신의 모습을 혼란스러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정주의 시 ‘신부’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첫날밤 새색시를 오해하고 떠난 새신랑은 수십년이 지나 돌아옵니다. 긴 세월 꼼짝없이 새신랑을 기다린 새색시는 결국 매운재로 내려앉습니다. 이 시는 ‘일월산 황씨 부인당’ 설화를 바탕으로 지어진 시라고 합니다.
제게 우르바노의 이야기는 세상 어디선가 구전되어 오는 설화로 읽혀졌습니다. 물론 동화도 현실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이야깃거리를 쓰고 있지만 말입니다.
우르바노는 다른 대상이 그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보게 하기 전에는 그 어떤 것도 아닌 없는 존재인 것 같았습니다. 그의 존재가 ‘무엇’, ‘누구’라고 명명이 되고 나서야 유령이던 노인이던 그 무엇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돌아온 그는 진짜 우르바노일까요? 작은 딱따구리의 노래에 홀려 들어갔던 다른 새로운 세계(숲)를 영접한 우르바노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사람일 수 없었습니다.
글을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