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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에세이] 할머니 캐릭터 연구

작성자
coolyule
작성일
2024-11-27 18:16
조회
29

『안데르센』 에세이 프로포절 / 동화 인류 연구회 2024-11-27 김유리

 

안데르센 동화 속 할머니 캐릭터 연구

 

 

 

  할머니가 동화에서 갖는 위상을 살펴보고 싶다. 동화의 뿌리인 민담이 할머니들을 통해 전달되는 것도 왜 그런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구빈원의 난롯가에 앉은 할머니들이 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고 기억하게 된 안데르센이 첫 동화에서 할머니와의 만남을 이야기했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1,200쪽이 넘는 『안데르센 동화전집』에 담긴 168편의 수록 동화 중 맨 앞에 나오는 “부시깃통”은 할머니와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안데르센의 첫 동화에 등장하는 할머니와의 관계는 ‘할머니 죽이기’이다. 할머니 살해 모티프는 그림 형제의 “헨젤과 그레텔”을 떠올리게 한다. 그레텔은 할머니의 집에서 오븐 사용 능력을 수련한 뒤 할머니를 오븐에 구워버리고 탈출한다. “부시깃통”에 나오는 병사도 할머니가 알려준 불 사용법을 숙지하고 불의 기술을 손에 넣은 뒤 단칼에 할머니의 목을 베어 날려 버리고 유유히 숲에서 벗어난다. 이어서 나오는 “장다리 클라우스와 거꾸리 클라우스”에도 할머니 시체를 가지고 두 클라우스가 벌이는 소동 장면이 나온다. 도대체 할머니의 죽음이 왜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일까?

  죽은 할머니라는 소재로 시작된 안데르센 동화 읽기의 여정에서 할머니 캐릭터는 다시 살아나 전체 동화 속에서 여러 모습으로 빈출했다. 병에 걸려 방에서 나오지 못하는 할머니도 있고, 아픈 손주를 보러 종교적 신념을 꺾고 용감하게 기차를 타는 할머니도 있다. 할머니들은 윗대로부터 전해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자식들은 미신이나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무시한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손주들도 할머니 이야기를 의심한다. 늙음과 추함과 능력이 겸비되면 마녀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부시깃통”)

  할머니 캐릭터는 무너져가는 신체, 지나가버린 시간, 쓸모 없어진 기술, 그 결과로 초래되는 주변화와 가난의 체현물인 것 같다. 그런데 왜 가장 뒤쳐지고 가난한 존재가 보물이나 이야기의 보유자로 등장하는 것일까? 자기가 쓰지도 못할 보물을 말이다. 부모나 사회, 학교와는 다른 어떤 중요한 것을 손주들(아이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다는 것일까? 이 의문들에 대한 답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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