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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동화전집 1] 어떤 상황에서도 풀어지는 이야기

작성자
남연아
작성일
2024-09-18 14:30
조회
27

어떤 상황에서도 풀어지는 이야기

  안데르센의 「천국의 정원」은 왕자가 바람을 만나 천국의 정원으로 향한 여정을 그렸다. 왕자는 아름다운 그림책과 멋진 그림판을 통해 세상에 모든 일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단 하나 천국의 정원에 대해서는 어떤 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왕자는 천국의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품으면서 성장했고, 그곳에 대해 궁금해했다. 어느 날 왕자가 숲속을 산책하다가 엄청난 폭풍우를 마주했고, 노파와 그녀의 네 바람 아들을 만났다. 북풍은 북풍해에서, 서풍은 황무지 숲과 강에서, 남풍은 아프리카에서 동풍은 중국에서 왔다. 그리고 동풍은 다음날 천국의 정원에 갈 예정이었다.

  왕자는 동풍의 등에 매달려 함께 천국의 정원으로 떠났다. 히말라야를 지나 동굴 안으로 들어가니 죽음의 계곡, 행복의 섬으로 가는 대리석 다리를 건너 천국의 요정을 만났다. 요정은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여주었다. 그 그림은 살아 움직였다. 그리고 배를 타고 알프스산맥, 뉴홀랜드, 피라미드, 스핑크스, 북극광 세계의 신기한 광경이 펼쳐졌다. 왕자는 이곳에서 영원히 살고 싶었다. 이곳에서 살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요정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입을 맞추면 바로 땅속 깊이 가라앉고 슬픔과 불행이 시작된다. 왕자는 자신은 아담처럼 죄를 짓지 않겠다고 장담하면서, 동풍을 떠나보냈다. 하지만, 첫날 저녁에 왕자는 죄를 지어버렸다.

  천국의 정원은 상대적 가치와 절대적 가치 사이에서 헤매는 인간을 보여준다. 상대적인 가치는 관점주의를 보여준다. 북풍이 왔을 때 왕자는 불 가까이 가지 말라며 동상에 걸린다고 했다. 북풍은 웃으면서 동상은 자기의 큰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왕자의 즐거움인 산책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북풍은 사냥꾼들에게 장난으로 입김을 불었고 비명을 지르는 사냥꾼을 보며 즐거워했다. 바람의 어머니는 못된 장난을 한다고 말했다. 왕자가 동풍의 등을 타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서 얼음 속처럼 추웠지만, 동풍의 날개로 추위가 사라졌다. 즐거움, 온도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반면 안데르센은 아름다움 앞에서 무력한 인간을 묘사한다. 왕자는 자기는 아담처럼 죄를 저지르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자신은 강한 의지가 있고, 단순히 아름다운 요정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왕자는 여기까지는 죄가 아니라고 계산한다. 첫날부터 바로 유혹에 넘어가 입을 맞춘다. 며칠 견디는 장면도 없이 바로 첫날부터 유혹에 넘어간다는 건 인간의 의지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안데르센의 시각이 느껴진다. 독자가 왕자를 보면서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한다고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것은 왕자가 아담을 향해 자신은 다를 것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안데르센 동화를 읽으며 가장 많이 나온 표현은 바로 ‘아름다움’이다. 현대 시대는 아름다움은 상대적이고, 시대마다, 취향마다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동화를 읽으며 안데르센은 아름다움을 절대적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가장 아름다운 책’ ‘아름다운 목소리’ ‘아름다운 요정’ 등등 이런 것들에 매혹되는 왕자의 모습은 결국 모든 인간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아름다움 앞에서 인간의 의지는 꺾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안데르센은 이야기와 시간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말해준다. 왕자가 책을 보면서 읽었던 이야기, 할머니의 이야기, 바람 아들이 돌아와서 하는 이야기, 요정이 듣고 싶어 하는 불사조 이야기, 성경을 통해 아담의 이야기 등등 많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왔다. 요정이 보여주는 아담과 이브의 유리창 속에서 그림들이 살아 움직이는 장면에서 ‘시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163쪽,  『안데르센 동화전집』) 라고 말한다. 이야기한다는 건 기억을 해야 하고, 기억은 시간의 변화를 겪어야만 생긴다. 행복하던, 죄를 짓던, 관에 들어가던, 슬픔에 빠져있던 시간에 매달려 있는 인간임을 기억한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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