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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동화전집] 여행자의 연극

작성자
콩새
작성일
2024-09-25 15:04
조회
29





 여행자의 연극

                                                                                                                                                                                                                                                                                                                         2024. 09. 25. 정혜숙

  안데르센 두 번째 파트를 준비하며 읽은 동화들은 널리 알려진 <인어 공주>,<벌거벚은 임금님>,<못생긴 새끼 오리> 등의 작품뿐만 아니라 교훈을 주기도 때로는 어떻게 이해해야할 지를 망설이게 만드는 새로운 이야기들도 섞여 있었습니다. 안데르센의 이야기는 동화라는 장르로 분류는 되지만 어른의 동화 그러니까 현실, 일상의 에피소드를 은유적으로 의인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데르센을 구글에서 찾아보니 동화작가 그리고 여행가로 나오는 것을 보고 안데르센의 이야기들은 여행을 다니며 겪은 여행기에 가깝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니다. 직접 여행을 다니며  맞닥드렸을 새로운 환경, 계절, 사람들과 거기서 보고 듣게 되는 사건 사고들은 안데르센의 마법을 거쳐 이야기 속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특히 자주 언급되는 이집트, 핀란드라는 지명 외국어, 국경 등을 등장인물들의 배경 설정, 장소를 설명할 때 넣어 구체적으로 위치를 언급하고 묘사하고 있는 점이 색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눈의 여왕>은 7장으로 이야기가 나누어져 도입,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소설적 서사를 갖고 있어 오페라, 연극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야기는 악마가 만든 이상한 거울에서 시작됩니다. 악마가 만든 거울은 거울에 비친 물건과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부정적인(?) 부분이 더욱 과장되어 보이게 되는데 실수로 거울이 깨지며 그 파편이 세상에 널리 퍼져 시작됩니다. 도시의 꼭대기 방에서 사는 소년 카이와 소녀 게르다. 깨진 거울의 파편은 카이의 눈과 심장에 박혀버립니다. 그리고 카이는 썰매를 타러 ‘광장’으로 나갔다가 홀연히 사라져 버립니다. 
  혼자 남겨진 게르다는 자연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아이로 카이의 흔적을 찾아 ‘새로 산 빨간 신’을 신고 카이를 찾아 떠납니다. 이 부분은 책에서 보면 ‘카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신발’이라고 게르다가 말하는데 이건 게르다가 어린아이가 아닌 여성으로 성장하고 카이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는 게르다의 새로운 모습, 몸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내 새 신을 강물에 던져 버리지만 신발 대신 ‘배’를 타고 강(물)에 몸을 싣고 길을 떠납니다. 도착한 곳에서 만난 노파는 게르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정성껏 돌봐주지만 이상하게도 카이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것을 느낍니다. 기억이 희미해져 간다건 시간이 가는 것을 빗대어 표현한 것 같기도 합니다. 게르다가 배를 타고 물에 떠내려온 것도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노파가 요술을 써서 카이를 잊게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시간은 기억과 추억을 흐릿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이야기 끝에 어릴 때 떠난 게르다와 카이가 어른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게르다는 꽃에게 카이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지를 묻지만 꽃들은 이상한 이야기를 할뿐 카이의 소식은 알 길이 없습니다. 한편 까마귀 그리고 도둑의 딸의 도움으로 게르다를 라플란드 노파와 핀란드 여자로 부터 눈의 여왕의 존재와 카이의 생사를 듣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라플란드 노파와 핀란드 여자 그리고 순록의 도움이 결정적인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됩니다. 게르다는 카이 몸속의 거울 파편과 눈의 여왕의 존재 알게 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카이를 구하러 갑니다. 게르다의 진실된 눈물로 카이의 몸에 박힌 유리 조각을 녹이고 ‘영원’이라는 카이가 추위에 떨며 기억하려고 애썼던 두 글자를 완성하게 됩니다. 
  그렇게 카이는 여왕이 약속한 온세상과 새 스케이트를 얻게 되었을까?
  천신만고 끝에 일상으로 복귀한 우리의 주인공 카이와 게르다. 눈의 영왕이 볼모로 잡았던 것은 ‘온세상’ 카이가 어릴적 경험했던 평화롭고 따뜻한 봄날의 세상을 인생의 역경 속에서도 잊지만 않는다면 돌아갈 수 있다는 메세지를 주는 것 같았습니다. ‘거울 파편’을 잊으면 안된다는 메세지인것 같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계절은 계속 되돌아 오기 때문입니다. 
  안데르센은 이 이야기에서 겨울을 성장과 인내의 시간으로 통증과 역경을 겪고 찬란한 여름의 삶을 맞이한 젋은 인간의 한 때를 희망적으로 보여줍니다. 안데르센은 여행을 통해 이 과정을 끝없이 반복하면서 새로운 소재나 이야기를 찾아 다니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안데르센은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기 위해 낯선 장소에서 온세상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자신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여행하는 여행자가 아니었을까요. 새로운 장소, 시간, 계절에서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역할. 여행자의 연극은 계속 되어야 합니다.
  “너희가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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