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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동화 전집 2] 절대적 가치에 다다르기 위하여

작성자
남연아
작성일
2024-09-25 17:41
조회
24

절대적 가치에 다다르기 위하여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안데르센의 동화는 선과 악의 캐릭터와 흑백 이미지로 뚜렷한 대비를 보여준다. 극명한 이분법을 보여주기 때문에 안데르센 동화는 착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눈의 여왕」은 왜 이분법이 필요한지 말해주고 있다. 안데르센은 이분법을 통과해야만 절대적인 가치에 도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눈의 여왕」은 악마들의 이상한 거울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거울에 비친 모든 것은 못생기고, 악하고, 쓸모없이 보인다. 악마는 세상 모든 사람을 비춘 후, 천사를 비추기 위해 하늘로 올라가다가 거울이 땅으로 떨어져 파편은 온 세상으로 날아갔다. 유리 파편이 가슴에 박히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그리고 배경은 도시로 전환이 되고, 게르다와 카이라는 단짝 친구가 나온다. 두 아이는 같이 정원을 일구며 장미를 기르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카이의 심장에 얼음 파편이 박힌 뒤 카이는 심술궂은 못된 아이가 되었다. 어느 날 카이는 썰매를 끌고 놀러 가서 눈의 여왕을 만나고 눈의 여왕에게 이끌려갔다. 게르다는 갑자기 없어진 카이를 찾으러 나선다. 게르다는 노파, 도둑의 딸, 까마귀, 공주 왕자 등등 다양한 사람과 동물을 만난다. 게르다는 끝까지 카이를 찾아야겠다는 집념을 버리지 않는다. 게르다가 눈의 여왕으로부터 카이를 구할 수 있었던 건 ‘기도’ ‘눈물’ ‘영원’이다.


기도 – 기억하기

 안데르센은 ‘망각’이 바로 벌이라고 말한다. 눈의 여왕과 카이가 처음 만나서 입 맞출 때 카이는 게르다와 할머니를 잊었다. 노파가 게르다의 머리를 빗질할 때 게르다는 카이에 대해 잊었다. 잊는다는 것은 다른 것에게 홀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노파와 눈이 여왕 모두 ‘촉각’으로 두 아이의 기억을 지웠다. 카이는 모든 것을 잊었을 때 여왕은 완벽해 보이고, 자신은 부족해 보였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중요한 가치를 망각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한 가치고,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기도 바로 진리의 말이다. 카이는 눈의 여왕 앞에서 두려웠고, 구구단을 외웠다. 게르다는 카이를 구하러 성에 들어가기 전에 주기도문을 외웠다. 카이가 구구단을 외울 때 자랑하고 싶은 마음과 또한 내가 덜 알고 있다는 부족함을 느낀다. 게르다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모두 자기를 도와주며 감사함을 느낀다. 핀란드 여자는 게르다는 이미 모든 힘을 가지고 있어 도움을 줄 것이 없다고 말한다. 눈의 성의 성벽에 다다를 때 게르다는 분명 혼자였고 신발과 장갑도 없었다. 주기도문을 외울 때, 천사와 함께 성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신성한 용기』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가졌다고 믿는 것이 바로 용기라고 했다. 핀란드 여자는 게르다가 가장 용기 있는 아이라는 것을 알았다. 게르다는 기도를 외우면서 세상이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믿었고, 어떤 일이 있어도 카이를 구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두려움 앞에서 무엇을 기억하는지에 따라 사람의 운명이 달라진다.


눈물 – 어린아이의 마음

 게르다는 두렵고, 슬프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엉엉 울었다. 하지만, 눈물은 카이의 얼음덩어리를 녹였고, 거울 파편을 씻겨 내려가게 해주었다. 현대 시대에 이성적인 사람은 똑똑하고, 감정적인 사람은 어리숙하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이성의 거울을 자꾸 비교하게 만들고,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이성에 휩싸인 카이의 심장은 점점 얼어붙었다. 다시 심장을 뛰게 하는 건 감정이고 눈물이다.

 아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어른이 되었을 때 할머니는 “너희가 어린아이들과 같이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299쪽, 『안데르센 동화 전집』)라는 성경구절을 큰소리로 읽는다. 안데르센이 이야기하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은 무엇일까? 게르다와 카이는 손을 잡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도시, 할머니 방, 교회 종소리 모든 것이 그대로이다. 어린아이의 마음은 돌아갈 수 있는 힘이다. 우리의 고향은 어디인지 돌아갈 곳은 어딘지 질문을 던진다.

영원 – 절대적 가치

 카이가 눈의 성에서 애써도 써지지 않는 단어는 바로 영원이었다. 게르다를 만나 기쁘게 눈물을 흘릴 때 영원이라는 단어가 완성되었다. 그렇다면 눈의 여왕은 영원을 쓰면 카이에게 세상 전부를 선물한다고 했을까? 눈의 여왕이 가지고 싶은 것 그러나 못 가지는 것이 바로 영원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인간은 영원히 살고 싶고, 영원히 기억되고 싶다. 하지만, 시간의 덧없음에 허무함을 느끼기도 하고, 더욱 영원을 붙잡으려고 몸 관리, 피부관리, 돈 관리에 애쓴다.

 안데르센은 진짜 영원한 건 따로 있다고 말한다. 카이와 게르다가 첫 시작과 마지막에 함께 부르는 노래는 “장미는 피었다 지네. 하지만 우리는 아기 예수를 보게 되리라 !”이다. 왜 여름에 아기 예수를 볼 수 있다고 말한 걸까? 장미는 빨갛고 아름다운 추억을 담고 있지만, 여름이 지나면 장미는 진다. 아기 예수는 계절에 따라 변하지 않는 절대적 가치이다. 그렇다고, 안데르센은 절대적 가치만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차가운 겨울을 지나서 찬란한 여름과 장미의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느껴보고, 꽃은 진다는 사실까지 경험해 봐야 절대적 가치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비교하고, 길을 헤매고, 눈물을 흘린 뒤에 진정한 성장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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