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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넓은 세상이 전해주는 온기

작성자
최수정
작성일
2024-09-25 17:44
조회
30

<안데르센 동화읽기(2)>

 

넓은 세상이 전해주는 온기

 

2024.9.25. 최수정

 

나이팅게일이라는 이야기는, 중국 황제는 자기 정원에 있다고 하는 나이팅게일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시작된다. 황제는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통해 자기 정원에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새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다. 그리고 나이팅게일을 찾아 궁전 안으로 데리고 온다. 나이팅게일은 모든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고 황제는 가슴이 벅차 눈물을 흘린다. 황제는 선물로 나이팅게일의 목에 황금 슬리퍼를 걸어 주려 했다. 그러나 나이팅게일은 거절했다.

놀랍고 신비한 새의 소문은 더 넓은 곳으로 퍼져 일본 황제가 예술품 같은 인조 나이팅게일을 만들어 중국 황제에게 선물로 보낸다. 인조 새는 살아 있는 나이팅게일과 똑같이 만든 새에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를 장식하고, 진짜 새처럼 움직이고 노래도 불렀다. 사람들이 인조새에 빠져 있는 동안 진짜 나이팅게일이 숲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얼마 후 중국 황제는 병이 들었다. 죽음이 그의 가슴을 짓누르고 살아날 가망이 없어 보였다. 중국 황제는 죽음을 물리치기 위해 인조 새에게 노래해 달라고 했으나, 태엽이 닳은 인조 새는 노래할 수 없었다. 그때 진짜 나이팅게일이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황제는 그 노래 소리에 기쁨을 느끼고 병을 회복했다.

안데르센에게 이야기는 일상에서 언제든 들을 수 있는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와 같다. 하루 중 어느 때 불어오는 바람이나 따뜻한 햇빛, 장미 향기에 스며있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우리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것들의 이야기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안데르센에게 이야기는 진짜 나이팅게일의 노래와 같다. 노래와 같은 이야기는 가슴을 짓누르는 죽음의 무게를 덜어내 준다.

안데르센 자서전에서 안데르센은 어느 겨울날, 우리 집 유리창에 성에가 끼었다. 그러자 아버지가 유리창을 가리키며, 처녀가 팔을 뻗치고 있는 모양 같지 않냐며 농담처럼 말했다.”(44) 내가 겨울 창문에 희고 흐릿한 형체로 얼어붙어 있는 성에의 모습을 팔을 벌려 나를 덮치려는 눈의 여왕으로 상상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창문을 열 수 없는 추운 겨울, 이웃에 살고 있는 게르다와 카이는 성에가 낀 유리창에 난로에 동전을 데워서밖을 볼 수 있는 구멍을 만든다. 마치 유리창에 팔 벌리고 서서 자신들을 데려가려는 심술궂은 눈의 여왕 심장에 따뜻한 열기로 구멍을 내는 것처럼 보인다. 성에를 만들어 거울처럼 자신을 되비치는 창문에 서로를 바라보는 통로를 만드는 것 같다.

추운 겨울이 가고 멋진 여름이 돌아왔다. 창문을 활짝 열고 방심한 사이 카이의 눈과 가슴에 악마가 만든 요술 거울의 파편이 들어간다. 이것은 훌륭하고 멋진 것들을 초라하게 하고 보잘것없는 것으로 보이게 하고 사악하고 나쁜 것들을 더욱 드러나게 하며, 아무리 사소한 결점이라도 어마어마하게 크게 보이게 만드는 악마의 거울 조각이었다.

안데르센은 이 악마의 거울 조각을 냉혹하고 건조한 이성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구구단과 분수를 잘하는 카이가 거울 조각에 찔리는 이야기로 전개되고, 차가운 눈의 여왕에 이끌린다. 카이가 사라지자 게르다는 카이를 찾아 나선다. 게르다는 새로 산 빨간 신을 신는다. ‘카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신발이다. 그리고 강에 도착해 카이를 돌려주면 빨간 신을 선물로준다고 하며 강에 신발을 던진다. 그런데 왜 게르다는 카이가 무작정 누군가에게 납치됐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스스로 자기가 좋은 곳을 찾아 떠났다는 생각을 못했을까. 신발과 함께 떠내려가던 게르다는 다양한 존재들의 도움을 받아 눈의 여왕 세계에서 카이를 만난다. 게르다를 만난 카이는 여긴 너무 춥고 쓸쓸해라고 말한다. 눈의 여왕 성의 방들은 휑하니 비어 쓸쓸하고 추웠다. ‘이성의 거울로 불리는 꽁꽁 얼어붙은 호수는 수천 개로 금이 가 있고, 각 얼음 조각들은 모두 모양이 같아예술품 같았다. 눈의 여왕이 사는 나라는 모두 똑같이 비어 있는 방처럼, 나이팅게일인조 새의 노래처럼 단조롭다.

못생긴 새끼 오리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구박을 당하자 엄마와 형제를 떠나 울타리를 훌쩍 넘어 달아났다. 농부의 집에서, 암탉과 고양이가 있는 집에서, 추위와 굶주림, 두려움을 피할 수 있었지만 언제나 집을 나와 저 넓은 세상으로’(251)으로 갔다. 아무것도 경험하지 못하는 곳에 있기보다는 세상의 온갖 고난과 슬픔, 즐거움과 행복을 다양하게 경험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로인해 못생긴 새끼 오리는 세상의 온갖 것을 경험한 아름다운 존재, 백조가 되었다.

안데르센은 평범하지만 다양한 삶이 있는 세상을 아름답다고 한다. 삶이란 예술품처럼 온기가 없는 차가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이팅게일이 숲을 날아다니며 들려주는 이야기는 수많은 것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어부와 농부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 황제를 살리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게르다는 장미가 없는 꽃밭이나 자신을 볼 수 있다는 수선화를 떠난다. 그리고 까마귀와 비둘기 순록의 이야기 속에서 카이를 찾아갈 길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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