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동화전집] 미스테리 초현실_탑지기 올레
동화 인류학_안데르센
미스테리 초현실_탑지기 올레
2024. 10. 23. 정혜숙
주제: 외로운 멋쟁이 철학자 올레.
독자는 주인공 올레의 출신이나 배경은 알 수가 없습니다. 젊은 혈기로 자기가 사는 거리에서 눈에 띄는 신사가 되고 싶었던 올레는 그의 외모 중 신발에 가장 신경을 씁니다. 어느날 올레는 그가 일하는 학교의 조합장과 구두약을 이유로 크게 다툽니다. 올레가 조합장에게 했던 영국 구두약에 대한 요구는 세상을 향한 요구였고 그는 그 요구가 거부 당하자 그것을 계기로 사람뿐 아니라 세상에 환멸을 느끼고 은둔자로 살기를 결심합니다.
올레는 세상과 척을 지기는 하지만 그곳를 떠나기 보다는 거리를 두고 그곳을 내려다 보는 탑에 은둔해 사는 탑지기가 됩니다. 탑은 주로 마을과 조금 동떨어진 입구나 높은 곳에 위치합니다. 올레는 탑에 은둔을 한다고 했지만 마을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물리적으로 고립되 있지만 마을을 내려다 보는 위치에서 마을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는 탑의 가장 낮은 곳과 높은 곳을 오가며 세상사에 비유 합니다. “이 세상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또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는 거야. 이제 난 더 이상 위로 올라갈 수 없어. 사람들은 올라갔다 내려오고, 내려왔다 올라가는 걸 겪어봐야해. 그러면 결국 우리는 모두 탑지기처럼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 보게 된다구.” 낮은 곳에서 탑을 올려다보거나 반대로 가장 높은 탑에서 낮은 세상을 내려다보며 고된 일상사를 터득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주 평범하지 않은 것들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하늘을 나는 마녀들과 깃털 펜을 타고 아마게르로 날아가는 형편없는 예술가들의 모임을 바라봅니다. 그는 축제에 초대 받은 시장에서 생선을 팔며 존경받는 세 신문사에 독설, 비방, 맹세, 일반적인 욕설을 제공하는 일을 하는 조카의 경험을 빌어 파티가 얼마나 흥미로운지 묘사합니다. 사회적으로 크게 인정이나 존경을 받지 못하는 무리들이 모인 파티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미스테리하기 그지 없습니다. 파티가 절정에 이를 무렵 거대한 독버섯 하나가 땅에서 튀어나와 지붕이 되는데. 그 독버섯은 작년에 그들이 쓰거나 그린 것으로 만들어진 거라고 합니다. 거대한 독버섯은 해로운 것들이 모인 집약체인것 같은데 사회에 해로운 것들을 생산해 내는 무리들은 존재를 넘어 생산물 조차도 해롭다는 설정은 유머러스하기까지 합니다. 심지어 그 독버섯은 불똥을 튀기는데. 이 독버섯을 키운건 남에게 빌려온 생각들로 그것들이 주인들에게 돌아가며 튀기는 불똥은 마치 불꽃놀이 처럼 장관을 이룹니다. 그런 해로운 것들로도 이야기에 아름다운 한 장면을 만들어 내는 안데르센은 진정한 이야기꾼인것 같습니다.
올레는 은둔자로서 탑에 머물며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높은 곳에서 바라보며 부러워하는 자신의 쓸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온갖 것들로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그의 유일한 친구는 말 없는 나이 많은 돌입니다. 화자가 빌려준 책을 통해 돌에 대해 배우며 돌을 존경하게 된 올레는 거대한 우주의 원리를 알고 관심을 가지며 거대한 우주에 비해 미미한 자신의 존재를 깨닫기도 하고 처지를 위로하기도 합니다.
화자의 두 번째 방문에서 올레는 ‘오래된 물방울’이 ‘새 물방울’로 바뀌는 시공을 넘나드는 상상을 펼쳐냅니다. 1년을 하나의 물방울로 ‘1년이 커다란 바다에 떠 있는 하나의 물방울로 보일 수도 있으리라’. 올레는 자연과 시간을 초원한 마치 득도를 한 선인 같은 말을 이어갑니다. 올레는 술을 한 잔, 두 잔 마시며 변해가는 인간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 새해를 축하하며 드는 첫 잔은 생명, 건강의 씨앗이 있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 잔에는 인생의 즐거움과 낙관이 세 번째 잔에는 악의는 없지만 장난기로 가득찬 아이가 있습니다. 네 번째 잔에는 의문과 느낌표가 그리고 다섯 번째 잔에는 드디어 자신을 잊어버리고 여섯 번째 잔에는 악마와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첫 잔과 마지막 잔 사이에는 인간의 선으로 시작해 악마가 되는 마지막에 이르는 본성을 드러내는 과정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탑지기 올레>는 스스로 성자의 길을 택한 한 인간의 모습처럼 보입니다. 특정한 신이나 종교를 따른다기 보다는 현실에서 거부당한 경험은 순수한 그의 영혼을 치유하기 위해 한적한 곳을 찾아 떠납니다. 일종의 자발적 도피와 은둔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올레는 외떨어진 곳에서 지내지만 높은 곳에서 이곳 저곳을 관찰하면서도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는 철학자 처럼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