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안데르센 동화 전집』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2024.11.13. 최수정
주제문 : 나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있다.
안데르센은 주인공들 높은 곳에 위치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탑지기 올레」와 같은 철학자는 항상 공간적으로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볼’ 위치에 있다. 그러나 이번에 읽은 「거대한 물뱀」에서 안데르센은 깊은 바다 밑 해저에도 ‘내려다볼’ 위치에 있는 무엇이 있다고 말한다.
「거대한 물뱀」은 유럽과 아메리카를 연결하기 위해 바다 속 깊이 내려진 해저 케이블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의 생각들로 충만한 해저 케이블은 이야기 속에 나오는 거대한 물뱀의 모습인데, 그것은 ‘세계를 빙 돌아 자신의 꼬리와 머리가 맞물리는 미드가르드의 뱀(북유럽신화에 나오는 거대한 뱀)의 모습이다. 그것은 ’선악의 뱀‘으로 바다에서 가장 경이로운 이 시대의 거대한 물뱀이다. 그런데 이것이 세계에 있는 온 대양을 가로질러 깊은 바닷속에서 물고기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서 자라게 될 것’(1055)이라는 표현이 의미심장하다. 바다 밑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는 ‘해저 케이블’이 누군가를 ‘내려다볼’ 위치에 있다는 것은 근대의 전신 발달에 대한 우려와 풍자다. 안데르센 이야기에는 가장 깊은 바다 밑에서도 나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있다.
「벼룩과 교수님」은 불운한 기구 조종사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탔던 기구가 찢어지며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그는 기구 살 돈이 없어 복화술로 생계를 이어갔지만 언젠가는 기구를 다시 마련하여 ‘하늘을 나는 것’이 꿈이었다. 기구를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마술을 하던 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신을 교수라고 불렀다. 어느 날 일이 지겨워진 아내가 떠나고 가난해진 교수에게 ‘벼룩 한 마리만’이 남았다. 그는 벼룩에게 받들어 총 하는 자세와 작은 대포 쏘는 법 등, 여러 가지 곡예 기술을 가르쳤다. 벼룩은 유명해졌고 교수를 먹여 살렸다. 모든 나라를 다 돌아다니고 마지막 야만국에 도착한 그들에게 통치자인 작은 공주가 벼룩을 사람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교수는 야만국이 따분했다. 벼룩에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재주를 가르쳤다는, ‘신문’에 실린 자신의 기사를 읽는 것을 좋아했지만, 야만국에는 신문이 없었다. 교수는 야만국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공주가 벼룩을 놓아주지 않았다. 교수는 왕에게 대포를 만든다고 속여 기구를 만들어 하늘에 띄워 달아난다. 그리고 자신의 기사가 실린 신문 덕분에 많은 돈을 벌고 안락하게 살아가게 된다.
「달님이 본 것」은 온 세상을 비추는 달님에게 들은 이야기를 화가인 화자가 전달하는 이야기다. 화자는 가난한 청년이다. 하지만 그의 방은 이웃 지붕들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 있다. 그리고 그의 머리 위에는 그를 내려다보는 친구 달님이 있다. 달님은 고향에서 알고 지내던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다. 화자는 각양각색의 다양한 삶을 글로 그린 그림 같은 형식으로 독자에게 들려준다. 그 순서는 달님이 이야기해 준 순서대로 엮은 것이다. 하늘에 떠 있는 달님은 모르는 게 없다.
달님의 이야기는 ‘지난 밤’ 인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달님은 인도 아가씨를 보며 ‘피부 안에 담긴 그녀의 생각을 꿰뚫어’ 본다. 그리고 그 후 달님은 ‘어제는’, ‘10년이 지난 어느 날’, ‘어젯밤’, ‘언젠가’를 ‘묘사’해서 들려준다. 달님은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며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하며 ‘아마도 그 소년이 태어날 때 이런 예언이 있었지 않았을까’(1116) 추측하며 정해진 미래가 있다는 것도 암시한다.
모습을 바꿔 세계를 돌아다니고 기억과 생각을 전달하는 달님도 세계를 빙 돌고 있는 미드가르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달님은 가난하고 고립된 화가에게 소통의 대상이다. 멀리에서 보고 들은 것을 옥탑방 화가에게 전해주며 화가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거리를 좁힌다. 해저 케이블과, 신문, 세계를 돌아다니며 세상을 그림처럼 묘사하는 달님은 같은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