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첼리스트 고슈의 배움
첼리스트 고슈의 배움
마을극장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고슈는 연주 실력이 형편없어, 마을음악회를 앞두고 단원들과 함께 연주하는 도중 악장에게 여러 차례 혼이 난다.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온 고슈는 매일 밤늦게까지 맹연습을 이어간다. 고슈는 첼로를 연습하는 동안 얼룩고양이, 뻐꾸기, 새끼 너구리, 엄마 들쥐와 새끼 들쥐 동물들의 방문을 받고 그들로부터 연주 요청을 받는다. 고슈에게 그들의 방문은 첼로 연습을 방해하는 훼방꾼의 난입과 다름없으며, 그는 아주 성가셔하며 그들의 요구를 마지못해 들어준다. 그냥은 나가지 않을 것 같은 그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내보내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기에 연주를 해주는 식으로 말이다.
그로부터 6일 후 열린 마을음악회에서의 연주는 다행히 성황리에 끝났다. 그뿐이 아니다. 그날 고슈의 연주가 단연 돋보였기에 악장은 청중의 앙코르 곡 요청에 고슈를 내보냈고, 고슈는 얼룩고양이가 방문했을 때 그를 괴롭히려고 연주했던 <인도의 호랑이 사냥>을 선보이는데, 단원들과 단장 모두 별 대수롭지 않은 그 곡을 아주 진지하게 연주하는 그의 실력 향상에 놀라고 감동했다. 고슈는 그날 밤늦게 집으로 돌아와 자신을 방문했던 동물들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뻐꾸기에게 미안하다고 혼잣말을 되뇐다.
마을연주회를 앞둔 고슈에게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그날 연주할 제6교향곡을 잘 연주할 수 있을까이다. 그는 밤이 깊어가는지도 모른 채 새벽 한두 시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그런 그에게 동물들이 와서 문을 두드리며 아무 상관없는 곡을 연주해달라고 하니 정말 팔짝 뛸 노릇이다. 글쓰기 마감을 앞두고 있는데, 그와는 무관한 용건들을 늘어놓는 잡담이나 전화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성가시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고슈의 마음이 나는 백번 이해가 된다. 그래도 고슈는 나보다 나은 게, 그들을 빨리 돌려보내는 게 연습에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하고 화를 내면서도 그들의 요구를 들어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슈는 그들로부터 첼로 연주의 기술들을 배운다. 고양이를 괴롭힐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사람들의 온 감각을 파고드는 연주, 똑같게만 들리는 뻐꾸기의 뻐꾹뻐꾹에서 배운 끈기 있는 도레미파 연습, 작은북을 치는 새끼 너구리에게 배운 다른 악기와 합주 맞추기, 엄마 들쥐와 아기 들쥐가 가르쳐준 음악의 치유, 고슈가 배운 것들은 자신이 첼로 연주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부터였다.
우리는 어떤 것을 배울 때, 내가 배워야 할 것을 떠올리고 그것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따라가려고 한다. 예를 들어, 그것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을 선생님으로 두고 그가 하라는 대로 하고, 가장 잘 하는 사람이 따라갔다는 길을 모범으로 두고 그대로 따라 가고, 이를 방해하는 것들을 차단시키고 없애버리려고 한다. 고슈에게 동물들의 방문이 그랬고, 내게 공부와 무관한 일들이 그렇게 느껴졌다. 하지만 고슈가 별 볼 일 없다고 여긴 매일의 연습이 동물들에게는 약이 되었고, 하찮은 동물들의 요청이 고슈에겐 훌륭한 연주를 할 수 있게 된 배움이 되었고, 그들은 고슈에게 첼로 연주의 훌륭한 선생님이 되었다. 이것들은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던 게 아니었다. 고슈에게 일어난 이 일들을 후에 뒤돌아 봤을 때, 이 일들은 고슈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만약 고슈가 자신이 떠올렸던 첼로 연주를 배우고자, 동물들의 방문을 차단하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내쫓아버렸다면 그리고 고슈 혼자 첼로 연습을 이어갔다면, 과연 고슈가 음악회에서 훌륭한 연주를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정말 아름다움 분석! 당장, <동화인류연구회>에 들기를 권함!
글쓰기 마감 임박한 때 잡담 전화..왜 저는 반성이 될까요. ㅎㅎㅎ
뭐가 득이 될지, 무엇이 어떻게 될지.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