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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머리가 복잡해지는 동화

작성자
강평
작성일
2024-07-30 08:33
조회
186

미야자와 겐지 소모임(1)/240730/강평

 

머리가 복잡해지는 동화

 

니가 마트 진열대, 냉장고에 있을 때 너는 나에게 먹을 고기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얼결에 귀에 크림을 바르고, 머리에 식초를 바르고, 마침내 온몸에 소금을 뒤집어쓰기 직전까지 갔을 때, 나도 고기가 될 수 있음을, 고기로만 보였던 너도 바로 직전에 한 생명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입장이 바뀌면 생각은 따라온다.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에는 입장이 바뀌는 상황이 펼쳐진다. 그래서 무슨 의미라고 딱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머리가 복잡해지는 이야기이다. 나는 <주문이 많은 요리점>에서 러시아 인형처럼 계속해서 열리는 문의 안내문을 따라가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향수인 줄 알았는데 식초를 뿌리는 장면에 가서야 눈치를 챘다. 작품 속 사냥꾼들은 그다음 안내문인 소금 장면에서야 사태 파악을 한다. 식초 다음이 소금 장면이다. 그 사냥꾼들이나 나나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주문이 많다는 것을 순서가 밀린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냥꾼이 사냥감 또는 요리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상상하지 못한 것이다. 이야기 시작 부분을 보면 사냥꾼은 사슴에게 총을 쏘았을 때의 통쾌함을 상상하는 단순 무식한 캐릭터이다. 그런 단순함, 확신이 사태를 파악하고 전환된 국면을 파악하는 데에 장애물로 작용한다. 되돌아보면 숲속 요리점은 이상한 점이 많았음에도 자기 중심틀을 벗어나지 못했기에 자기 편할대로, 긍정적인 해석을 이어간다. 사냥꾼도 나도. 다른 선생님들은 얼마나 빨리 주문이 많다는 진짜 의미를 파악하고 사태가 잘못되었음을 눈치챘는지 궁금하다.

<바라우미초등학교>는 우선 하드웨어 측면에서 학교 이미지를 깬다. 높이 2미터, 길이 20미터의 찔레나무 담장 너머, 찔레나무로 만든 칸막이가 있는 곳이 학교이다. 지붕이 없으니 창문도 없는 교실이다. 마지막에 작품 속 가 학교를 벗어날 때 장면이 인상 깊다. 교장이 견학 소감을 묻자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로 답한다. 교장은 습득한 화산탄의 존재라도 알고 있는 듯 좋은 것을 찾았냐고 묻더니 이를 기증해달라고 한다. 분위기상 거의 습득한 화산탄을 놓고 가라는 강한 메시지가 느껴진다. 가지고 돌아갈 수는 없는 느낌이다. ‘는 어쩔 수 없이 화산탄을 내놓는다. 교장은 갑자기 그러면 안녕히 가십시오한다. 어째 맘 바뀌기 전에 빨리 가라, 살려는 드릴게 하는 서늘한 느낌이 든다. ‘는 학교를 서둘러 나와 달리기 시작한다. 뒤로 들리는 여우 학생들의 함성, 그것을 말리는 선생님들의 굵은 목소리로 보아 는 거의 죽다 살아난 게 확실하다. ‘도 간신히 안정을 찾아 천천히 집으로 돌아온다.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를 읽고 나도 뭔가 마음이 복잡해진다.  

전체 1

  • 2024-08-01 00:07

    서늘한 동화!
    <바라우미 초등학교>를 호러물로 읽으셨군요! @.@!!
    마음이 복잡해질 때, 죽다 살아날 때! 동화란 죽었다 살아나는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