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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미야자와 겐지] 음악 밖에서 음악 하기

작성자
조재영
작성일
2024-07-30 13:07
조회
193

음악 밖에서 음악 하기

미야자와 겐지 첼리스트 고슈

 

첼리스트 고슈의 단점은 악장의 대사에서 단편적으로 드러난다. “ 이봐, 고슈. 넌 정말 문제야. 표정이 전혀 없잖아. 분노고 기쁨이고 감정이라는 게 전혀 나오지가 않잖아. 게다가 다른 악기랑 제대로 맞추지도 못하고, 항상 너만 풀린 신발 끈을 끌면서 다른 사람 뒤를 따라 걷고 있는 듯 하다고.”

악장의 평가를 따르자면 고슈는 감정이 메마른 사람인 듯하다. 흔히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으로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는 말을 한다. 가슴으로 알거나 느낀다는 것은 이성적 논리를 넘어서 대상과 보다 직접적 소통과 교감을 한다는 것을 말할 것이다. 훌륭한 예술가, 음악가, 첼리스트가 되려면 감정이 필수, 가슴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고슈는 음악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을지 모르나, 음악 자체를 가슴으로 느끼는 자는 못 된다.

 

동물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

문제의식을 느낀 고슈는 밤이 되면 집으로 돌아와 연습에 매진한다. 자정도 넘는 시간까지 얼굴이 새빨개지고 눈에 핏줄이 서서 당장에라도 쓰러질정도까지. 늘 해왔던 연습같은데 그런데도 효과가 없었던 듯 하다. 낮에도 또 혼나지 않았는가.

그런 고슈의 연습 시간에 어느 날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모두 동물이다. 얼굴고양이, 뻐꾸기, 너구리, 들쥐. 동물들은 고슈에게 구체적인 요청사항들이 있다. 혹은 그의 연주에 수정되거나 보완되어야 할 점들에 의견을 낸다. 고슈는 그 동물들의 의견에 화를 내면서도 결과적으로는 그 의견들을 모두 수용하는 자세를 보인다.

고슈는 인간하고 있을 때 늘 주눅들어 있던 자다. 인간하고 있을 때는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 해서 음악에 그것이 전달되지도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음악하고도, 인간하고도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자. 그런 그가 동물하고 소통을 하기 시작한다. 동물과 있을 때는 화도 잘 내고, 웃기도 하고, 용서도 하는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한다. 그리고 그 표현이 동물과 소통으로 이끈다. 고슈는 농담을 주고 받고, 혼내키기도 하면서 동물과는 능수능란하게 소통한다. 동물과 있을 때 덜 경직되고 감정적으로 훨씬 풍부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그의 음악의 어떤 점이 동물의 어떤 것과는 통해서 그들에게는 데 세밀하게 들리면서, 그들을 움직인다.

인간과 있을 때 경직되어서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차릴 수도, 해서 타인과 소통할 수도 없고, 음악에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던 그가, 동물과 있을 때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그들과 나름의 소통을 하고 그 결과를 음악에 반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슈에게 있어 인간을 대할때와 동물을 대할때 무엇이 그를 다르게 만드는지 궁금하다. 동물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도 모든 인간에게 부여된 능력은 아니다. 동물의 목소리가 들리고, 동물에게 말할 수 있고, 동물이 찾아오는 것은 고슈에게 그들을 불러들이는 힘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 아닐까.

 

예술, 인간에서 만물로

예술을 통해 공감될 수 있는 범위를 생각해 본다. ‘인간만을 상대로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동물에게까지 그 음악이 가서 닿고 그것으로 동물들에게 어떤 변화들이 생기기 시작할때 음악의 진짜 힘이 발휘된다. 나 역시 인간을 상대로 작품을 만들었지 동물, 자연이나 우주를 상대로 작품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음악을 한다고 음악구성하는 요소들에만 집중한다면, 예를 들어 음표가 어떻고, 박자는 어떻고, 음정은 어떻고그렇게 자정이 넘어 얼굴이 새빨개지고 눈에 핏줄이 설때까지 연습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 듯 하다. 왜냐하면 고슈는 동물들을 만나기 전까지 늘 같은 방식으로 연습을 해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음악을 위해서는 음악 밖, 만물의 소리에 귀기울여한다고 미야자와 겐지는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동물의 소리, 다른 사람의 소리, 세상의 소리, 자연과 우주의 소리 말이다. 그 소리들에 경청하고, 그들을 그러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 새 음악이 저절로 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술가의 두눈이 자신의 작품, 그 안으로만 향해 있어 작품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다면 아무리 수십시간을 들여 공을 들여도 한계가 있다. 외려 고개를 들어 다른 존재들을 바라볼때. 그렇게 시야가 외부로 향하여 화각을 넓히고, 다른 자들의 목소리를 들을때, 예술가와 그의 예술이 성장한다.

 

고슈의 음악이 왜 그들에게 치료의 역할을 하는가?

 

, 이 근처의 동물들은 병에 걸리면 모두 선생님 댁 마루 밑으로 들어가 병을 고칩니다.”

그렇게 하면 병이 낫는다는 말인가?”

. 몸 안의 혈액순환이 잘 되고 기분이 좋아져서 바로 낫는 때도 있고, 집에 돌아가서 낫는 때도 있습니다.”

, 그렇구나. 내 첼로가 고오고오 소리를 내면 그 소리가 안마 같은 효과를 내서 너희의 병이 낫는다는 것이지? 좋아, 알았어. 연주해줄게.”

 

고슈는 음악을 통해 동물과 소통하는 것을 넘어, 그들을 치료하기까지 한다. 물론 인간도 감정적으로 상처를 받았을 때 음악으로 치료로 받기도 하고, 그 감정에 의해 신체적 병에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식이요법, 약물이나 수술 등의 방법을 통하지 않고 음악만으로 완전한 치료가 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소설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음악만으로 혈액순환이 잘 되면서 몸이 낫는 것을 보니 인간도 완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음악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또 아무나, 누구에게나 치료에 음악이 다 효과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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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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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은 치료다. 인간(자기)에서 만물(우주)로 마음을 넓히게 해줄 때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