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잡화점 주인은 누구일까
미야자와 겐지(1)/20240730/손유나
잡화점 주인은 누구일까
미야자와 겐지는 평범한 사람들이 꺼리는 존재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다른 이들에게 홀대받는 약자의 처지에 공감하고, 독자에게 그들이 홀대받는 이유를 얘기해준다. 대부분 그 이유는 약자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영역에 있다.
예를 들어 <고양이 사무소>에서 부뚜막 고양이는 더럽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다. 하지만 부뚜막 고양이가 더러운 이유는 부뚜막 고양이의 잘못이 아니다.
“부뚜막 고양이는 평범한 고양이가 되려고 몇 번이나 창밖에서 잠을 청해보았지만, 한밤중만 되면 추워서 기침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다시 부뚜막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왜 그렇게 추위를 타는가 하면 피부가 얇기 때문이며, 왜 피부가 얇은가 하면 한여름에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피부가 얇게 태어나 추위를 많이 타는 건 부뚜막 고양이의 잘못이 아니다. 그럼에도 다른 고양이들은 부뚜막 고양이의 안타까운 처지에는 관심이 없다. 담요 한 장 건네주지 않고, 부뚜막 고양이가 자신과 같은 대우를 받는 것조차 참지 못하고 쫓아내고자 부뚜막 고양이를 괴롭힌다.
<나메토코 산의 곰>에서 고주로는 사냥꾼으로 곰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며 곰을 사냥한다. 하지만 고주로가 가져온 곰의 가죽은 도저히 생계를 꾸릴 수 없는 가격이 매겨진다. 잡화점 주인은 다른 선택지가 없는 고주로의 처지를 알고 이용하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지만 고주로는 한 마디도 항의하지 못한다. 답답하고 억울한 이 상황을 겐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러면 고주로는 왜 마을 잡화상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팔어넘기지 못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은 그 이유를 모른다. 일본에는 ‘여우 가위바위보’라는 것이 있어서, 여우는 사냥꾼에게 지고 사냥꾼은 촌장에게 지게 되어 있다. 여기서는 곰은 고주로에게 당하고 고주로는 주인에게 당한다. 주인은 마을 안에 있기 때문에 좀처럼 곰에게 당하지 않는다.”
이유라기엔 어처구니가 없지만 사람이 사는 현실의 모습을 생각 떠올려보면 납득이 된다. 한 개인이 약하다는 이유로 다른 논리 없이 얼마나 불합리한 상황에 처하는가. 미야자와 겐지의 두 이야기에는 뻔한 권선징악이 없다. 고양이 사무소는 결국 해체되어 부뚜막 고양이뿐 아니라 다른 고양이들도 실직했고, 고주로는 자신을 홀대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속시원히 욕도 해보지 못하고 죽는다. 그래서 이 찜찜하고 답답한 감정이 오래 남는다.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점은 우리 인간은 사실 동물과 자연과의 관계에서 잡화점 주인이라는 점이다.
누구도 최종적으로 옳은 자 즉, 신이 되지 않는다.
이것이 미야자와 겐지 동화의 최고로 위대한 점이라고 생각되네요.
제목이 Good! ‘잡화점 주인은 누구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