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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미야자와 겐지의 대칭성의 세계

작성자
진진
작성일
2024-08-06 17:59
조회
56

 미야자와 겐지의 대칭성의 세계

 

나카자와 신이치는 곰에서 왕으로서장에서 자연에 압도적인 힘이 있음을 알고 있던 인류가, 신화적 사고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문화사이에 균형을 유지하고자 했던 것을 대칭적 사고라고 하였다. 신화적 사고를 통해 자연과 인간 사이에 대칭을 유지하던 것이 국가 등장으로 그 균형이 깨지고, 인간은 자연의 힘을 손에 넣음으로써 자연의 우위에 있고자 했다. 이로써 문화는 대칭성을 상실한 문명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는 비문명적인 것을 야만이라고 부르는 지금의 정의를 재고해봐야 한다고 하며, 대칭성을 상실한 근대의 변질된 이 문명을 야만이라고 재정의한다. 자신을 살아가게 하는 자연에서 인간을 분리하고, 자연의 힘을 거스를 수 있는 문명을 소유한 인간이 그 우위에 있다고 자부하는 것이 오히려 야만적이라고 한다.

나카자와 신이치는 근대의 비대칭적 사고의 대척점에 있는 문학으로 미야자와 겐지를 소개하며 빙하쥐의 털가죽을 인용한다. 동물을 마구 포획하는 잔인한 인간의 횡포에 테러로 대응하고자 하는 북극 동물들에게 청년은 마구잡이식의 남획을 그만두도록 하겠다며 선처를 구한다. 이때 청년이 언급한 것이 지구법(地球法)’인데, 바로 신화적으로 사고하며 대칭성을 유지하고자 했던 과거 인류가 자연을 바라보던 태도가 아닌가 싶다. 나는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를 읽으며, 그가 의도했든 아니든 대칭성을 회복하고자 했던 그의 노력이 가장 많이 느껴졌던 부분이 자연에 대한 묘사라고 생각되었다. 그의 동화에서 자연은 이야기의 배경을 이루기보다는 주가 되어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 자연에는 식물도 광물도 동물도 포함되어 있기에 인간중심적인 비대칭적 사고에 익숙한 나는 동화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중 가장 어려웠던 동화가 이기리스 해안이었는데, 선생님으로 보이는 화자가 학생들과 여러 차례 이기리스 해안을 찾으며 보고 경험한 것을 묘사하는데 주가 이기리스 해안과 그 주변에 대한 자연의 묘사이다. 그가 자연을 얼마나 세밀하게 관찰하고 묘사하며, 그 이름들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가 보인다. 이 이름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나는 그의 세밀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려내는 풍경을 떠올릴 수가 없다. 그만큼 내게 자연은 주변으로 밀려나 있는 세계다. 이 동화뿐만 아니라 다른 이야기에서도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나 눈(), 별과 같이 자연이거나 그들과 겪는 사건들이 주로 일어난다. 나카자와 신이치가 대칭성의 사고의 회복을 이야기하며 왜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를 떠올렸는지, 그가 가진 세계관과 그의 동화를 읽는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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