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명한 사람은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을 살릴 줄 안다고 하지요. <은하수 통신>에서는 이연숙 선생님께서 각지를 다니며 만나신 아름다운 인연들을 소개합니다. 선생님은 일본 동경의 히토츠바시대학 사회언어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셨고, 문자 이면의 이데올로기와 그 권력을 다양한 소수자의 관점에서 해체하고자 하셨습니다. 구술의 신체성과 생기를 강조하시는 선생님께서 쓰시고 번역된 책으로는 『「国語」という思想―近代日本の言語認識』, 『異邦の記憶―故郷・国家・自由』, 『국어라는 사상』, 『언어 제국주의란 무엇인가』, 『말이라는 환영』, 『이방의 언어』 등이 있습니다.
은하수정에서 첫 인사 드립니다
은하수정에서 첫 인사드립니다
은하수정 이연숙 선생님
안녕하세요? 은하수정에서 첫 인사드립니다. 이연숙 세라피나입니다.(세라피나는 세례명입니다) 소중하고 즐거운 공간을 허락해 주신 인문공간세종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은하수정은 제가 공부하고 생활하는 곳입니다. 은하수정은 코로나 시기에 탄생된 공간입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대학의 연구실을 나와, 최소한의 책을 가지고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 마침 코로나 시기였습니다. 코로나는 세상을 참 많이도 바꿔 놓아, 새로 맞이한 이 지구가 마치 새로운 별이 된 듯하였습니다. 세상에 가득했던 그 많은 이야기는 사라지고, 낯선 정보가 가득차고, 마스크로 묻혀버린 얼굴들에서는 미소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드디어 <연구실의 새장>을 나온 새처럼 마음껏 세상 구경하려 했는데 좀 머쓱해졌습니다. 잠시 의기소침의 시간을 보낸 후, 오랜 객지생활에서 다져온 <오뚝이> 정신을 살려, <명랑과 기쁨>의 시대를 열어 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우선 저를 담아주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떠올랐던 것이 아름다운 보랏빛의 은하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 은하수정은 탄생되었습니다.
되돌아보니 꽤 오랜 시간을 외국에서 살았습니다. 한국을 떠나온 지 10년 정도까지는 언제 일본에 왔냐고 자주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산천이 변할 만큼 지났다>고 고루하고 녹슨 답을 했습니다. 산천이 변하는 시간은 더 급속하게 빨라졌고, 이제는 일본에만 머물지 않고 여기저기를 다니며 살다 보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저는 일본에서 그리고 캐나다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가슴 설레이는 수많은 인연을 만났습니다. 풍경, 이웃, 친구, 지혜, 음악, 그림, 춤, 영화 등 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습니다. 인연의 모습들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은 이 모두 저의 따스한 스승이었다는 점입니다. 이 인연들에 늘 감사의 인사를 건넵니다.
제 컴퓨터의 화면에는 <인연과의 만남>이라는 파일이 있습니다. 이 파일엔 주로 제가 책이나 신문 등에서 만난 인연들을 담아 놓았습니다. 매일 업그레이드 하고 있습니다. 은하수 통신을 통해 제가 만났던 인연들을 선생님들과 조금씩 나누고자 합니다. 이 인연들이 인문세 선생님들에게도 좋은 친구 되기를 바랍니다.
인문공간세종 선생님들과의 우정을 기리며, 문병란 시인의 시로 김원중이 노래한 은하수가 흐르는 <직녀에게>를 드립니다.
<직녀에게>
문병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올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
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사방이 막혀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빼앗기고
마지막 머리털까지 빼앗길지라도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
우리들은 은하수를 건너야 한다
오작교가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을 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
칼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이별은 이별은 끝나야 한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을 노둣돌 놓아
슬픔은 슬픔은 끝나야 한다, 연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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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의 욕조 (2)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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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정에서 첫 인사 드립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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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진 | 2024.07.22 | 0 | 289 |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인연의 소중함을 선생님의 소중한 글로 되새깁니다. 그립습니다 선생님.
따뜻한 글로 풀어주실 선생님의 햇살같은 인연 이야기.
그 파일 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요? ^^
선생님이 쓰신 이 글이 너무 아름답고 선생님을 따라 여행하고 싶어지네요.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
선생님께서 만들고 이어가는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
친구뿐 아니라 풍경, 지혜, 음악, 그림, 춤과 영화까지, 선생님께 스승이 되어준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은하수정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_^
미사리 카페에서 BGM으로 <직녀에게>가 흘러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연숙 선생님께서 들려주실 <명랑과 기쁨>을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을게요.